본문 바로가기

일상속이야기

이 냉장고 어디서 샀수?^^

이사하기로 결정이 나면서 짐을 이것 저것 정리하고, 버리고, 나누는 과정에서 재미나게도 옛집에서 수명을 다한 물건들이 있었다. 우선 없으면 가장 불편한 세탁기는 이사하기로 결정나자마자 제 기능을 다하고 꼴까닥 하시어 탈수만 제대로 작동되었다. 그래서 두어달 가량은 손빨래로 연명하면서 탈수 기능만 사용하고 이사하면서 속시원하게 빠이빠이 했다. 그리고 이사하는 동안 정말 줄기차게도 내려주신 비님 덕분에 정말 힘들게 손빨래하던 노고가 새로 산 드럼세탁기 덕분에 충분히 보상되고도 남았다. 

또하나, 냉장고. 냉장고는 올 초에 손잡이가 부러졌는데 뽄드로 딱 붙여서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 냉장고 손잡이도 이사가 결정되면서 붙여놓았던 부분이 다시 떨어졌던 것. 물론 서비스 신청을 하였는데 안타깝게도 손잡이 부품이 없다는 것. 애초에 부러졌을 때 손잡이를 고쳤으면 될 것을 뽄드로 그냥저냥 쓰던 것이 때마침 부품이 없을 때 다시 부러진 것이다. 서비스 기사 분은 안타깝지만 그냥 쓰던지 아니면 냉장고를 다시 새 것으로 사든지 해야 한다고 했다. 손잡이 때문에 멀쩡한 냉장고를 다시 사야 한다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냉장고 손잡이 부러진 모습. 
이대로 그냥 쓸수도 없고, 그렇다고 버리고 갈 수도 없는 상황.
하여 백방으로 냉장고 손잡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손잡이를 수없이 찾았지만
아쉽게도 쉽게 찾아지지가 않았다.
 


드뎌 새 집으로 냉장고를 옮겨놓았다. 가구를 모두 새 것으로 교체했는데
유일하게 헌 제품인 냉장고는 완전히 눈에 거슬려서 당장이라고 새 것으로 사고 싶었다.
그래도 깨끗하게 닦아온 수고 때문이라도 버릴 수는 없고, 드뎌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우선 손잡이를 다 떼어내고 씨트지를 붙였다.
 

씨트지 붙이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드디어 양쪽 문짝을 다 붙이고 냉장고 옆을 붙이는 과정. 
냉장실 손잡이가 부러졌는데 냉동실 손잡이를 떼어 냉장실로 옮겨 달았다.


이제 다 붙인 모습. 새로운 모습이 되니 냉장고가 기특해 보이기까지 했다.


문짝을 다 붙이고 나니 옆에서 볼 때 눈에 거슬리던 냉장고 윗부분. 그래서 또 윗부분도 붙이고 있다. 
둥근 부분이라 문짝을 붙일 때보다 더 어려웠다. 섬세한 손작업을 필요로 했는데
이미 하루종일 씨트지랑 씨름을 한 관계로 윗부분은 거의 대충 붙여놓았다. 


새 옷을 입히고 어떤 장식을 할까 고민하다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재미난 상상을 하면서 고양이 씨트지를 선택했다. 
그래서 우리집 냉장고는 고양이가 지키고 있다. 무려 네마리씩이나.... 



마지막 손질을 하면서 옆에 홀로 앉은 고양이가 외로운 것 같아
빨간 리본의 고양이 한 마리를 더 분양받아 앉히고 옆에 있던 고양이는 앞쪽으로 옮겨 주었다.
그리고 빨간 리본의 고양이에게는 머리 위에 등을 하나 매달아주었다.

이로써 총 다섯마리의 고양이들에게 냉장고를 맡기고
또 언제든 파리든 런던이든 갈 수 있도록 꿈도 실어주면서 냉장고 리폼도 끝~~~


어머님 친구분들이 집에 오면 꼭 물으신다.
"'이 냉장고는 어디서 샀수?"

^ ----- ^






정신없이 이사하면서 이래저래 포스팅도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하나 올립니다.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벌써 9월이고 또 다음주면 추석입니다.

"모두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요 사진은 털보 작품. 2009년 한가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