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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모습도 아름다운 연꽃 꽃이든 사람이든 질 때의 아름다움이 진짜가 아닐까. 언제 본적이 있는, 400년 전에 죽은 어느 선비의 속곳같네요. 주검을 포장한 죽음이네요. 주름이 만든 허술한 욕망의 사체, 집, 조마조마한 빛의 얼룩들. ....__ 페북 안성호님의 댓글 더보기
물결이 만들어낸 문양 제주 표선에서. 더보기
남한산성의 가을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가 아침 나절에 그쳤다. 하늘이 벗겨지는 듯 하여반나절 남한산성에 다녀왔다.가을이 색색으로 떨어지고 있었다.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한번 더 다녀올 수 있을런지... 더보기
애기땅빈대 더보기
기승전따님 기승전따님이신 분이 어제 저녁에 집 앞 술집으로 나오라고 문자를 했다. 이미 낮술을 1차 2차까지 하신 분인데 마지막 한 모금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나는 그냥 조용히 들어오시라 했다. 집에도 술있니 곱게 들어오시면 안주 대령하겠노라고. 술꾼에게 꼭 있는 마지막 한 잔. 이 한계치를 넘으면 그대로 잠들어버리는 그 한 잔. 마늘 스파게티에 안주용 소시지를 듬뿍 넣어서 밥배의 허전함을 달래줄 수 있게 부랴부랴 만들어 대령하였더니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가 길다. 그러다 "아 딸이 보고 싶다"를 외치시는 이 분. 진정 기승전따님이시다. 아.. 그러고 보면 나는 기승전아드님이신 어머니와 기승전따님이신 나의 남편과 살고 있다. 외롭다. 이 가을 미세먼지 자욱한 이 아침에 술국 끓이는 나는 진정 외롭고나. 더보기
아주 많이 늦은 리뷰 - 사진과 책 나의 오지랖은 안테나가 몇 개 정해져 있다. 그 중 하나가 책 권하기. 읽고 좋았던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주는 경우인데 대부분 가까이 있는 지인들이라 어떤 책이 필요한지는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면 금방 알 수 있다. 권한다고 모두에게 반응이 좋은 건 아니지만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나의 몇가지 오지랖 중에서는 아직까지는 꽤 쓸만하다고 여기고 있다. 며칠전 이번엔 거꾸로 참고가 될만한 책들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마침 시내 나갈 일이 있어서 거의 한 달만에 교보문고 매장을 찾았다. 사진코너는 축소되었고 공사중인지 다소 어수선했다. 나는 새로 나온 낯선 책을 볼 때면 제일 처음에 표지를 쓰담쓰담하는 버릇이 있다. 이 버릇 덕에 매장의 주변 소음은 사라지고 눈이 손 끝에 달린다. 매장이 주는 매.. 더보기
고아 얼마 전에 어머님 혈육 중에 남아계신 마지막 오빠가 돌아가셨다. 그날 어머님은 이제 난 고아야..라고 하시면서 슬퍼 하셨다. 나이 여든이 넘은 분에게서 듣는 고아라는 단어는 참으로 복잡하고 미묘했다. 어머님의 오빠는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또 며칠전 어머님에게는 올케이며 나에게는 외숙모님이 요양원으로 가셨다. 어머님은 아셨다. 외숙모님이 건강을 회복해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는 어머님 당신은 어떤 수술도 하지 말고 병원에도 입원시키지 말라고 당부하셨다.나는 슬퍼하시는 어머님을 위해 살아계시는 동안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세요. 그리고 이 집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지내요...라고 했다. 어머님은 내가 짐짓 거짓 다짐으로 드리는 말씀인 줄 뻔히 아시면서도 슬픔이 한결 가벼워지신 듯 했다. 나중 .. 더보기
해가 지는 곳에 달이 뜨고 있었다 어제는 어두운 산 그림자가 내려앉을 때까지 이곳에 앉았다 왔습니다. 제가 사는 서울과 가까운 곳인데도 도시의 불빛이 사라진 곳에는 촘촘히 은하수가 빛나고 있더군요. 은하수는 눈에 담고 저 멀리 떠있는 초승달만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포개지고 또 포개지던 산 그림자에 제 그림자 지우고 아이폰 불빛에 의지해서 내려왔습니다. 툭툭 떨어지는 도토리가 동무해주니 밤길도 덜 무섭더라구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