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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이야기

우리는 지워지고 고흐만 남다


나는 친구 선애와 영옥이랑 고흐전을 보러갔다.
고흐의 그림을 만나고 나니, 우리는 지워지고 반 고흐만 남았다.


반 고흐전을 보러가자고 선애에게서 손전화가 왔다. 순간 잠깐 망설였다. 털보랑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시내에서 볼 일이 있었던 내가 따로이 약속을 정할 필요없이 그러자고 했다. 일을 일찍 마친 나는 선애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먼저 만난 영옥이랑 미술관으로 향했다. 사람이 많기도 소문난 반 고흐전은 마침 헐렁했다. 오전에 날씨가 눈과 비로 오락가락하며 하두 요상하더니 고흐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이 적었던 탓이다. 속으로 두어번은 넉넉히 보고도 남겠다는 나만의 계산을 깔고 미술관을 올려다 보았다. 잠시나마 고흐가 내 차지가 된 기분이었다. 역시 넉넉히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림 앞에서 많을 시간을 보내도 뒷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았다. 오늘 다녀온 털보의 말에 의하면 어제의 넉넉함은 순전히 날씨 덕이었음이 확실했다.

나는 고흐를 만나기 전, 반디 앤 루니스에서 고흐를 미리 만났다. 만나고 싶은 작품 몇 편을 마음 속에 가만히 접어두었다. 책에서의 고흐 프린트는 그림에 대한 충실한 안내견이라면 고흐전에서 만난 그림은, 겨울잠을 깨고 나온 개구리였다. 여기서도 퐁~ 저기서도 퐁~, 퐁퐁거리며 팔딱거렸다. 역시 프린트가 줄 수 없는 원작의 아우라는 시간도, 시대도 뛰어넘는다. 덕분에 나는 세상의 나이로 얼추 계산해도 150살도 훨씬 더 먹은 고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고흐는 여전히 37살, 그의 생을 마감했던 그 나이에 멈춰서 있었다.






고흐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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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감자를 먹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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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뿌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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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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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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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방스의 시골길 야경



고흐의 초상화



해바라기(이 작품은 전시되지 않았다. 아쉬워서 엽서를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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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면, 이 빛바랜 사진처럼,
나는 내 친구들과 함께 고흐를 나누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