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속이야기/요리

호호 고구마

길거리에 붕어빵이나 호떡이 나올 때 쯤이면 군고구마도 슬슬 나올 때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군고구마 장사가 보이질 않는다. 내가 군고구마 청년을 만나 물어본 것도 벌써 여러 해 전이니 길거리에서 군고구마 장사를 만나는 건 이젠 힘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몇년 전 길에서 만난 반가운 군고구마 청년에게 요즘은 왜 통 보이질 않았냐고 물었더니 장작 구하기가 힘들고, 비록 장작이 있다고 해도 너무 비싸서 고구마를 팔 수가 없단다. 그러니 길거리에서 파는 군고구마 값을 왕창 올릴 수 없으니 녹슨 연통 안에 들어있는 군고구마는 이제 거리에서 사라지게 된 것. 자연히 추운 거리 종종거리다 따뜻한 군고구마 담긴 색색의 인쇄 봉투를 품에 안고 두 손을 녹이는 일은 영화 속에나 나올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사람 입 맛이란게 어디 그리 쉽게 사라지던가. 쪄먹기도 하고 맛탕으로 먹기도 해도 호호 불며 먹던 고구마 맛을 연어가 저 태어난 곳을 찾아가듯 입 맛을 더듬기 마련이니, 그러고 보면 고구마의 참 맛은 군고구마가 아니겠는가. 

집에서 해먹는 군고구마. 너무 쉬워서 글로 올리기도 쑥스럽다. 일단 고구마 깨끗이 씻은 다음 쿠킹 호일로 대충이든 예쁘게든 둘둘 말아 싸서 시퍼런 가스 불꽃 속으로 집어 넣고 20~25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 밤고구마처럼 굽고 싶으면 20분보다 시간을 줄이면 되고 더 질퍽하게 먹고 싶으면 20분보다 시간을 더 늘리면 된다. 비록 장작불에 구워진 군고구마는 아닐지라도 시퍼런 불꽃 속에서도 고구마는 제 몸 하나 뜨끈뜨끈하게 불살라 맛있는 호호 아줌마가 아닌 호호 고구마가 된다. 어제나 오늘처럼 찬바람 많이 부는 날, 은박지에 싸인 군고구마, 제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