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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

추석 연휴의 소소한 일상 1. 자의반 타의반 평온하고 완벽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다. 열흘 동안 주어진 연휴기간 동안 해야 할 일을 몰아두었다. 전화도 톡도 없는 시간. 몰입도 최상이다. 명절에 시댁 친정 식구없이 지낸 것도 결혼 후 처음이다. 가족 셋 모두 평온하고 소박한 명절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잔잔하고 게으른 즐거움이 흐른다. 일감 몰아둔 며느리 편하게 일하라고 어머님이 여행을 떠나신 덕분이다. 2. 완변한 연휴 중에 빅 이벤트 내지는 헤프닝. 추석 당일 새벽. 갑자기 털보가 위층 화장실에서 물이 샌다고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시계를 보니 아직 5시도 안된 시간. 정말 천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 이런 낭패라니. 아무리 물이 샌다고 해도 윗층에 올라가서 얘기할 수도 없는 상황. 게다가 수리하는 분들 부를.. 더보기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도시는 삶이 방식을 규정하는 수단이다.도시는 시민들의 자아가 표출된 형태다도시는 시민들이 바라는 것만큼 변할 수 있다.도시는 변할 수 있으며,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중에서. 글을 이렇게 선언적으로 표현하고그걸 또 그대로 옮겨놓는다는 건잊지 않기 위해서일텐데...암사도시재생센테 앵커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라고 할까. 더보기
아주 많이 늦은 리뷰 - 사진과 책 나의 오지랖은 안테나가 몇 개 정해져 있다. 그 중 하나가 책 권하기. 읽고 좋았던 책을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주는 경우인데 대부분 가까이 있는 지인들이라 어떤 책이 필요한지는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면 금방 알 수 있다. 권한다고 모두에게 반응이 좋은 건 아니지만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나의 몇가지 오지랖 중에서는 아직까지는 꽤 쓸만하다고 여기고 있다. 며칠전 이번엔 거꾸로 참고가 될만한 책들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마침 시내 나갈 일이 있어서 거의 한 달만에 교보문고 매장을 찾았다. 사진코너는 축소되었고 공사중인지 다소 어수선했다. 나는 새로 나온 낯선 책을 볼 때면 제일 처음에 표지를 쓰담쓰담하는 버릇이 있다. 이 버릇 덕에 매장의 주변 소음은 사라지고 눈이 손 끝에 달린다. 매장이 주는 매.. 더보기
꽐라 꽐라~ ‎ "이상하게 매운게 땡기네." "그럼 내가 다녀올까...?" "춥고 길 미끄러울텐데..." "조심해서 큰 길로 다녀올게." 한 잔 하고 싶은 남편 매운 닭발 먹고 싶다는 얘기에 귀 번쩍하더니 직접 시장에 닭발사러 가셨고 아마도 다른 손엔 막걸리 한병 사들고 들어올거다. 우리와 반대편에서 여행중인 딸도 베니스에 무사히 도착해서 짐 찾으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문자했으니 마음놓고 한 잔 해야겠다. 예전에 김현 선생님은 술드시면 글도 술술 나온다고 하셨는데 진짜도 술먹으면 나도 술술 나오게 되려나...^^ 이렇게 페북에 올리고 매운 닭발 뜯으며 트윗 들여다보는데 문재인님이 트윗에 글을 올렸다. "슬프고 고달펐던 일도 감사합니다. 즐겁고 좋았던 일도 감사합니다.이 세상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소.. 더보기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 어제 책을 주문할 때 기억에도 없는 책이 장바구니에 한권 들어 있었다. 언제 넣어둔 것인지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혹시 딸이 넣어둔 책인지, 남편이 넣어둔 것인지 곰곰 생각을 더듬었다. 책 제목으로 보아 남편은 아닌 것이 확실하고, 딸도 아닌 것도 분명한데 나는 머리 속이 깜깜하기만 하다. 마우스 클릭과 해제를 여러번 반복하다 기억에는 없지만 인연이 있는 책이라 여겨 어제 사려고 했던 책과 같이 주문했다. 마치 스치고 잊혀질뻔한 과거를 배달받은 기분이랄까. 지금 그 책과 마주하고 있다. ------ 오늘 지인 중에 한 사람이 생일이다. 페북 담벼락에 한 살이라는 나이를 택배로 보낸다고 글을 남겼더니 반송하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다. 생각해보니 받는 사람은 정확한데 반송할 곳이 없는게 나이였다. 나이란, 꼭 .. 더보기
시사- 안철수의 소리통 유세를 기억하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철숩니다." "안철숩니다." "귀중한 마음이 여기에 모였습니다." "귀중한 마음이 여기에 모였습니다." 이제는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지난 대선 때 소위 '소리통 유세'로 안철수가 가는 곳마다 펼쳐졌던 풍경 중의 일부다. 안철수는 유세현장에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다. 마이크가 없으니 당연히 소리가 뒤에까지 전달되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의 얘기를 듣고 싶어 했고 결국은 그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뒷사람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두 손을 동그랗게 모아 입에 대고 안철수가 먼저 한 마디 한 마디 끊어서 말하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더 큰 소리로 그를 따라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소란스러웠던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 더보기
에세이 _ 엄마를 닮은 집 평생 일만 하신 할아버지. 머리가 아파도, 발가락 마디가 잘려 나가도 드러누워 쉬지 않는 할아버지.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 밭고랑을 이는 할아버지. 잘 알려진 영화 워낭소리에 나온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영화 워낭소리는 40년 동안 할아버지와 함께 한 소가 주인공인데 나는 소보다 할아버지의 삶이 클로즈업되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엄마의 아침은 우리를 깨우기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부시시 일어나 마루에 앉으면 문 앞에 이미 열개가 넘는 양은 도시락이 차곡히 쌓여져 있었으며 서둘러 세수를 끝내고 오면 식구 수만큼 밥상도 차려져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재빨리 밥상을 물리고 학교로, 일터로 떠났다. 그때까지도 엄마는 밥상에 앉지도 못했다. 내가 다섯 살 때 엄마는 혼자가 되었다. 우리 7남매.. 더보기
'~~~없었다'를 '있었다'로 읽는 오류 짧은 글 하나를 읽는데도 오류를 범했다.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를 "~~~알 수 있었다"로 읽고 만다. 그 다음 문장이 "다만, ~~~"으로 시작하는데도 내 맘대로 이해한 것. 짧지만 글이 열어가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머리 속에 한 장면이 그려지는 글이라 10여번을 읽은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다시 정독 하다가 나의 오류를 발견한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했을런지... 글이 감동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오류를 발견하게 하는 이 지점이, 그래서, 나쁘지 않다. ---------- 요즘은 짤막하게 페북에 올렸다가 그 글이 숙성이 되면이곳 블로그로 옮겨담게 된다. 페북이 생각을 즉각적으로 나눌 수 있어서 그런 듯.또한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글은 아직 힘들고짤막하게 단타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