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로 보는 세상
마리오 쟈코멜리
♧ forest
2013. 2. 18. 12:49
창문 넘어로 쏟아지는 빛이 아주 좋은 날, 갑자기 한나절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런 날은 카메라가 나를 유혹하는 날.
하지만 빛의 유혹에 넘어가기에는 바람이 엄청 매섭게 불던 날이었다.
마리오 자코멜리.
빛과 바람 사이에서 갈등하다 갑자기 떠오른 인물.
바람 매섭던 그 날, 한미 사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리오 자코멜리를 만나고 왔다.
마리오 자코멜리는 사진에서는 소리와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그를 추억하는 동영상에서 말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의 사진에서는 음울하기만 했던 사제들이 어린 아이처럼 눈싸움을 한다.
펄럭거리는 사제복 사이에서 빠르고 경쾌한 발걸음 소리와 바람소리가 들렸다.
자코멜리의 유일한 로맨스 사진에서는 남녀의 사랑으로 설레였으며 드넓은 대지에서는 새들이 화르륵 날아올랐다.
눈 덮인 대지 아래에서는 봄을 준비하는 생동감을 느꼈으며 임종을 앞둔 이들 곁에서는 죽음이라는 두려움이 만져졌다.
내가 놀란 점은 오로지 흑과 백이라는 두가지 무채색으로 이 모든 것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2월 2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