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로 보는 세상/오늘 하루는

야매 목장의 물소리길 걷기

♧ forest 2013. 10. 4. 16:02



우리 모임의 첫 인연, 그러니까 산새님과 털보의 첫 만남은 가나안농군학교 주차장에서부터였다. 

당시 우리는 주일 예배가 끝나고 농군학교에 널려있는 나물을 캐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고 내가 나물을 캐는 동안 털보는 이곳저곳 사진을 찍었다. 

그날도 예외가 아니어서 나물을 다 캐고 집에 가려는 순간 교회에서부터 나오던 한 대의 차가 우리 앞에서 멈춰섰다. 

예배후 집으로 돌아가던 산새님이 우리를 발견한 것. 그리고 차에서 내려 악수를 청한 그곳이 교회 주차장이었다.





양평 물소리길을 걷자고 의기투합한 날도 양수역 주차장 옆에서 시작했다. 

10월 3일 하늘이 열리는 개천절이라 그랬는지 하늘은 더없이 맑았고 바람은 시원했다. 

덕분에 사람들로 넘쳐났고 팔당대교는 꽉 막혔다. 급기야 교통 생중계를 실시간 카톡으로 날리면서 약속 장소로 집합했다. 

이번 모임은 초록시니비네^^ 가족도 함께 했다.







양수역 카페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 가족.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사람들이 만져도 얌전하다.





오늘의 가이드이며 영원한 우리의 목짜님. 블로그를 통해 물소리길을 처음으로 우리에게 소개했었다.





물소리길을 얼마 걷지 않아 만난 허수아비 가족. 허수아비, 어미 그리고 허수.^^





허수아비의 춤. 아들과 함께라면 언제든 춤출 수 있다.





어르신이 심고 가꾸고 있는 고구마. 사진을 찍으니 고구마순을 따갖고 가라고 하신다. 

사진 찍은 것 뽑아서 나중에 다시 들르겠다고 했다.





논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밭길이 나오고, 밭길을 따라 걷다보면 물길을 만난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둑 길.  여럿이 모두 함께 하루를 기억하고 싶다.





뒷 모습만 보아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사람들. 벼처럼 잘 익어갔으면...





언제나처럼 김밥, 떡, 계란, 감자, 사과, 배, 파프리카, 사이다 그리고 커피까지. 소박하지만 푸짐하고 즐거운 밥상이다. 





어린 시니비 현승이 작품. 이 사진 외에 두 컷이 더 있었는데 안정적인 구도였다. 현승이의 침착함이 사진에서도 나타나는 듯.





길을 걷다 또 만나는 물길. 맑은 소리가 흘렀다. 





봄에 이쁘게 피었다던 백목련과 자목련이 있는 집 앞. 아니 쉬어갈 수 없었다. 

시니비와 병철이와 잖아잖아가 요물처럼 들었다놨다 했다.^^ 





어른들의 수다에서 조용히 나와 물수제비를 뜨는 현승. 대놓고 찍으면 차렷! 자세 나올까봐 숨어서 몰래 한 컷.









밭길, 논길, 물길을 지나 꽃길과 숲길을 만났다.  길이 아기자기해서 지루하지 않다.





막걸리와 바꿔먹겠다는 일념으로 남은 김밥과 감자를 손에 꼭 쥐고 있는 털보. 





현승이 손에 밤 하나를 들고 있다. 빛나는 밤톨이다. 

사진은 찍게 해주고 싶고,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지는 못하겠고...^^

 시선을 아빠에게 고정하고 있다. 






씨만 뿌려서 얻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새들도 막아야 하고 짐승의 침입도 막아야 한다. 농부의 손길이 바쁘다. 





현승이 걷기 초입부터 어딘가에서 찾아낸 간달프 지팡이. 이 지팡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찍고 싶었으나 쑥스러워 할까봐 뒷 모습만.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가을이구나.






호박 식혜가 있는 주막. 지붕 위의 빨간 소쿠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다음엔 아주머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려나...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잠자리와 친구가 된 현승.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관. 그냥 지나칠뻔 했는데 이곳을 들른 것은 목짜님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선생은 12번째 권총 테러로 돌아가셨다. 현재는 공공연히 교과서를 왜곡하는 테러가 진행 중이다.

이 세상에 와서 사람으로 살다 가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기뻐할 바 아니요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내가 노여워할 바 아니니라

내가 사람이면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내가 사람이요

내가 사람이 아니면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사람이 아니니라

내가 사람이냐 아니냐를 알고자 할진댄

나를 사람이다 아니다 하는 사람이 사람이냐 아니냐를 알아보도록 하라.








그림자에는 얼굴이 없다. 

그러나 이 순간 국수역까지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하던 현승이의 환한 얼굴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번 물소리길 걷기는 현승이에게 큰 성취감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해질녁 강가 풍경.  신원역에서부터 국수역까지는 강을 따라 걸었다. 

맨 마지막으로 쳐져서 걷는 덕분에 사진 몇 컷 찍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