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물머리

분홍 동생과 노랑 언니 두물머리 강변의 담벼락을 따라 두 자매가 걸어갑니다. 동생은 분홍빛 신발을 신고 뒤에 서고 언니는 노란 신발을 신고 앞에 섰습니다. 동생은 담벼락과 키를 맞추고 걸어가고, 언니는 언니인지라 담벼락을 허리쯤 걸고 걸어갑니다. 가는 내내 연밭에 고인 물이 두 자매를 담고 둘이 지워지지 않도록 졸졸졸 따라갑니다. 글_털보님 더보기
해질녁 두물머리 2 두물머리는 갈 때마다 빛깔이 다르다. 새벽녁의 빛, 한 낮의 빛, 흐린 날, 맑은 날, 하늘 빛과 물 빛이 다르다. 아마도 우리의 일상도 하루하루, 시간시간 다를 것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은 없다. 다만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밀어놓기 때문이리라. 두물머리를 가까이 하듯이 일상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매 시간 다른 빛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리라. 머리가 좀 복잡할 때는 밀린 일감을 뚝 떼어놓고 가까운 곳으로 나가 매일 다르게 펼쳐지는 물 빛과 바람을 좀 맡고 올 일이다... 더보기
해질녁 두물머리 1 짙은 안개가 낀 1월의 어느 날, 두물머리에서 바라본 석양이다. 사진 속의 석양은 아직 해질녁이 아니었는데도 긴 꼬리를 문 석양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안개 때문이리라. 저 안개 덕분에 태양을 눈살 하나 찌뿌리지 않고 바라볼 수 있었다. 안개가 어슴프레 빛을 가려주니 저 빛에는 코끝시린 찬 바람이 아니라 언 손을 녹여주는 따뜻한 바람을 안고 있었다. 그것도 안개 때문이었으리라. 안개와 해질녁이 만들어낸 아스라한 분위기를 보기 위해 일감을 과감하게 밀쳐놓고 내뺐다가 돌아왔다. 덕분에 나는 밤을 꼴딱 새고 아침에야 잠잘 수 있었다ㅜ.ㅜ 역시 좋은 것을 얻으려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인가 보다. _____ 두물머리에서 2007년 1월 16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