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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보는 세상

하얀 솜털 보숭한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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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개나리꽃이 어딘가에 피었답니다. 이렇게 너무 성급하게 세상에 나온 연한 꽃들은 뒤이어 찾아올 매서운 추위에 상처 입기 마련입니다. 미처 펴 보기도 전에 말입니다.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가 봅니다. 봄 소식을 누구나 기다리지만 땅 속에서 언 땅이 녹고 새 봄만을 기다리는 식물들은 많이 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양분을 차곡차곡 모아가며 준비를 마치고 봄이 오면 다른 숲속의 경쟁자가 나오기 전 가장 빨리 고개를 내밀어 예쁜 꽃을 피우겠지요. 노루귀도 우리 산에서 이른 봄 만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봄 꽃의 하나입니다.

많은 봄꽃들이 그러하듯 노루귀도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납니다. 다 자라봐야 높이가 10cm를 넘지 못하는 작게 피는 꽃이랍니다. 봄이 오면, 보드랍고 하얀 솜털이 다복한 연하디 연한 꽃자루를 반뼘쯤 되는 길이로 내어 보내고 그 끝엔 2cm가 조금 못되는 귀여운 꽃이 흰색 또는 분홍색 아주 드물게는 보라색으로 피곤 하지요. 잎은 꽃이 한껏 자태를 뽐내었다 싶을 즈음 말려나와 활짝 펼쳐지는데,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진 잎의 모양도 잎에 나타나는 흰색의 얼룩도 모두 ‘개성 만점’입니다.

그럼, 오늘의 숨은 그림 찾기 문제. 노루귀는 식물 그림 어디에 숨어 있을까요? 바로 꽃이 질 즈음, 꽃자루 밑에서 어린 잎이 고깔모자처럼 말려서 돋아나오는데 그 모습이 마치 솜털이 보송한, 아주 귀여운 어린 노루귀의 모습을 닮았답니다. 그래서 노루귀란 이름이 붙은 것이지요. 한번 이 새 잎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 이름을 잊지 않아요. 식물을 구별해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려 해도 자꾸 이름을 잊는다면 숨은 그림을 찾듯이, 숨은 냄새나 숨은 맛 또는 숨은 뜻을 찾듯이 그 식물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생각해 보세요. 생강나무는 생강냄새가 나서, 소태나무는 맛이 아주 쓰기 때문에, 말채나무는 말의 채찍으로 썼기 때문에…. 지루했던 식물 이름들을 재미난 게임처럼 즐겁게 기억할 수 있는 비법입니다. ---- 이유미(국립수목원 연구원), 한겨레신문 2007.1.28


한강변에만 나가도 성질급한^^ 꽃들이 고개를 삐죽삐죽 내밀고, 푸른 풀밭 사이로 냉이며 쑥이며 온갖 이름모를 풀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봄이 이래서 좋은가... 작은 싹들이 빼꼼이 땅 속을 헤집고 고개를 내민 모습을 보면 내 몸 어딘가에서도 봄기운이 쑥 내밀고 올라올 것 같은 거... 나는 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