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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보는 세상

동명항에서 만난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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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속초 동명항에서 물질하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연신 바닷 속을 내리락 오르락 하면서 뭔가를 열심히 길어올리셨다. 할머니는 힘껏 들이마시는 숨소리와 함께 바닷 속으로 사라졌다가 "크으윽~ 푸우~"하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바다 밖으로 고개를 내미셨다. 아마도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깊은 바닷 속으로는 못들어가시고 동명항에 정박한 배 곁에서 물질을 하셨다.

나는 좋은 사진거리가 나타나서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지만 할머니는 내가 사진찍는 걸 의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저 숨 한 번 길게 내쉬고 또 쉼없이 물 속으로 드나들기만 할 뿐, 나의 존재는 할머니에겐 없었다. 나는 사진찍기는 좋았지만 할머니의 고단한 삶 속에서 내뿜는 숨소리는 그 이후로 게속 나를 따라 다녔다...

동명항에서 영금정 바위 쪽으로 발길을 옮길 때도 할머니의 숨소리는 갈매기 소리보다 나를 더 찰싹 달라붙어 다녔다. 그런데 거기.. 영금정 바위 쪽에 빨간 다라이를 여러개 놓고 간단한 회감을 팔고 계신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 아주머니의 손...

새파랗게 얼어있었다. 그냥 새파랗다는 표현보다 더 차갑게 얼어붙은... 손가락이 퉁퉁 부어오른대다 새파랗게 얼어있어서 아마도 그 손가락의 감각은 없을 것이다. 그 손으로 차가운 바닷물에 연신 손을 담그며 손님들의 회감을 썰고 있었다. 나는 도저히 그 손으로 썰어준 회를 그냥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죽 둘러서서 회감을 들여다보며 한 접시씩 사고 있었지만 말이다. 진정 그 아주머니를 위한다면 그곳에서 회를 사줘야 하는 것인데... 나는 그 손을 보는 순간 사먹을 수가 없었다...

삶이란 그런 것인가... 멀리서 보면 운치있고 멋드러지지만 가까이 가면 삶의 굴곡들이 있는 것. 마치 멀리서 볼 때 할머니의 모습은 좋은 사진의 주제지만 가까이서 본 할머니는 그의 거친 숨소리가 나의 숨도 같이 힘들게 하는 것. 바위 위에 빨간 다라이를 옹기종기 올려놓고 회감을 뒤적이는 모습은 좋은 사진의 구도지만 그 분의 손을 보는 순간 내 손마디가 뚝 뚝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저리고 아픈 것...

할머니의 사진을 다시 보니 거친 숨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