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미지로 보는 세상

오늘 아침 마당에서...

우리 집 마당에는 배나무, 장미나무, 은행나무, 그리고 감나무가 한 그루씩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배나무가 먼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 장미나무가 잎을 내밀고, 그리고 봄볕을 한참을 더 받은 후에야 은행나무와 감나무의 이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얀 배꽃이 피는 시절이 오면 우리집 마당도 봄이 찾아온 것이지요. 이 무렵이면 마당에서 겨우내 잠잠하고 조용하던 풀들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꽁꽁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우리 딸 타코가 처음 아랫니가 나왔을 때 터뜨렸던 탄성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우리집 배나무와 감나무는 이상합니다. 꽃과 잎은 무성히도 피우면서 열매를 맺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우린 이상한 배나무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이상하게도 올해는 벌과 나비도 별로 놀러오질 않았어요...
궁금해 하던 차에 지난번 안성 보리밭에 갔을 때 배농장 주인 아저씨께 여쭤봤더니 배나무는 수정을 해줘야 한다는군요. 그러니까 벌과 나비가 부지런히 오가면서 수정을 해줘야 하는데 우리집 근처에 배나무가 없으니 수정이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그것도 모르는 저희는 이상한 배나무라고 괜히 놀려대기나 했습니다. 참 미안하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푸른 이파리를 보는 것도 즐거워서 우리는 모두 예뻐 했지요. 그런데 오늘 마당에서 벌레먹은 잎을 따고 있는데 아 글쎄 배나무에 작은 열매가 맺혀있지 않겠어요...^^ 어찌나 기쁘던지요...그것도 두 개나 열렸어요. 아마 저희가 모르는 사이에 벌과 나비가 와서 놀다 간 모양이예요. 이상한 배나무라고 놀린 것도 이젠 취소해야겠어요. 그리고 자세히 보니 벌이 아주 조용하게 배 이파리를 타고 놀고 있더라구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해 우리집 마당에 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이름모를 풀이 나고 있지 뭐예요... 요즘 제가 과일주스를 만들어 즙은 냉장고에 쟁였다가 우리가 맛있게 먹고, 쥬스 만들고 난 찌꺼기는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서 마당에 흙과 물과 잘 섞어서 거름으로 주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그렇게 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마당에 나가보니 파란 싹들이 쑤욱~ 나왔어요.^^ 대체 어떤 과일의 싹일까요...

제가 만드는 까오기표 쥬스의 재료는 사과, 배, 토마토, 파인애플, 당근이거든요. 아마도 이 중의 어느 하나겠지요...^^ 그래도 참 신기해요. 쥬서기로 갈았기 때문에 씨앗은 없을텐데 어떻게 저런 싹들이 일제히 나왔을까요. 만약 제가 생각한데로 과일 찌꺼기에서 새 싹이 나온거라면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저 연약하고 작은 싹이 다 자라서 제 녀석의 생김새와 이름을 말할 때까지 기다려볼 생각이예요. 하지만 제 생각처럼 과일 찌꺼기에서 나온 녀석이 아니라면 땅 속 깊이 숨죽이고 있던 어떤 싹이 세상을 보러 나왔겠지요... 저는 매일매일 마당에 나가서 대체 어떤 녀석일지... 자못 궁금해서 지켜보고 있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집 마당의 주인공인 장미나무는 마당을 거의 다 덮을만큼 무성하게 잎이 나왔군요. 장미나무는 이제 꽃봉우리를 일제히 터뜨리기 위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느낌이예요. 물론 어딜가나 성질급한^^ 녀석은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집 장미도 빨간 잎을 드러낸 녀석도 있더라구요... 그득한 초록만찬 속에 붉은 장미 딱 한 송이는 참으로 매혹적이기까지 하답니다. 사진에서 찾기가 쉽지 않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해는 제가 마당에 나가서 배나무와 감나무에게 매일 매일 말을 걸고 있답니다. 그래서 그런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 참 작은 어린 묘목을 사다가 심었는데 이젠 제법 나무 구실을 할만큼 컸답니다. 올 가을에는 빨간 감을 볼 수 있을까요... 기다려지네요^^

오늘 아침, 눈부신 햇살을 받은 감나무의 잎 사이로 재밌는 문양들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