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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이야기

아아~ 신두리~~

여행을 많이 다녀본 건 아니지만 확실히 우리의 여행은 다른 사람과 다른 측면이 딱 하나 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곳에 가면 너무 사람이 많아 도시에 와 있는 느낌이고, 다른 사람들이 그곳에 가면 '뭐 볼거 있냐' 하는 곳에 가면 그제서야 머얼리 떠나온 느낌이 들어 좋다.

그 대표적인 곳이 서해안 태안반도의 신두리해변이다.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지 바다, 바람, 모래, 새, 물고기만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만리포를 버리고 천리포 해변에 가면 조금 숨을 쉴 것 같다. 그리고 백리포에 가면 그곳에서 숨을 더 크게 쉬고, 십리포에 가면 그곳에서는 양발을 바닷물 속에 담그고 살랑살랑 바닷물에 적시고 올 수 있다. 만리포, 천리포를 빼면 백리포, 십리포는 찾아들어가는 길이 아주 좁고 험하다. 그래서 사람이 거의 없다. 그보다 더 없는 곳, 그곳이 신두리해변이다.

신두리는 찾아가는 길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요즘은 어찌 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몇년전에 우리가 찾을 때만 해도 신두리를 찾아가는 길목은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곳이 우리나라에 몇 없는 사구, 즉 모래 언덕이 형성된 해변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란 수식어를 달지 않더라도 그곳은 물과 모래가 아주 많은 곳이다. 그리고 발 밑에서 간지럽히는 모래는 서해안의 다른 해변과 다르게 달짝지근하게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모래다. 바람이 불어와 모래 언덕을 만들어 그곳에서 살짝 시선을 돌려보면, 그리고 조금 과장한다면, 사막에 떨어진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서해안의 기름 유출 사고는 서해안을 다 휩쓸었다.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학암포, 천수만... 모두가 기름 범벅이 되었다. 그곳에 신두리가 있다. 모래바람 언덕이 기름에 휩싸여 신음하고 있다니... 가슴이 메여온다. 요즘 한창 대통령 선거로 나라가 시끄러워도,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든,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든, 신두리만큼 마음 아프지 않을 것 같다. 서해안 개발로 한창 들썩일 때 그나마 환경운동하는 친구들이 신두리 하나만큼은 지켜왔었는데... 이제는 지킬 것이 없어져 버렸다. 아무 것도 없는 곳, 그러나 바람, 물, 모래, 물고기, 이 모두가 다 있는 곳, 신두리가 지금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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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십리포인지 학암포인지 기억이 정확하진 않다. 위 두 사진은 십리포에서 찍은 것 같고, 아래 두 사진은 학암포에서 해지는 모습을 찍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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