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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타코

간식과 엄마 생각

요즘 우리 딸 타코를 위해 간식으로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타코는 시험기간만 되면 시험을 보고 와서 밥먹고 잠을 잔다. 그리고 밤 11시 정도나 12시 정도에 깨워달라고 한다. 만약 그 시간에 깨워주지 않으면 그 다음날이 더 고달프기 때문에 항상 잘 깨워준다. 한번은 몇번을 깨워도 일어나지 않길래 그냥 재웠더니 어찌나 화를 내던지 그 다음부터는 잘 깨워주고 있으며 타코 또한 엄마가 몇 번 흔들어 깨우다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잠을 더 재우는 엄마라는 것을 잘 아는지라 요즘은 척척 잘 일어난다.

이때 깨우는 동안 나는 부엌에서 문지를 위한 간식을 만든다. 물론 미리 만들어놓아도 되지만 설잠을 깨우는데는 부엌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나의 경우 부엌에서 들리는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이불 속에서 느그적거리려던 마음이 미안해져서 일어나곤 했던 나의 추억이 떠올라 나도 엄마에게 배워 그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저녁에 먹일 간식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월요일은 돈가스, 화요일은 쇠고기 주먹밥, 그리고 어제는 어제 만들었던 쇠고기 주먹밥에 명치알을 위에 묻혀 주었다. 주먹밥을 조그맣게 만들어 잠이 덜깬 타코의 입에 넣어주면 잠이 확 달아나는 눈치다. 그리고 주먹밥을 먹으러 부엌으로 부시시한 얼굴로 나온다. 그러면 잠깨우는데는 일단 성공이다. 나의 할 일은 여기까지! 공부는 타코의 몫! 잠이 깼다가 다시 자도 그건 타코의 몫이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딸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둔다.

나는 오늘 이 간식을 만들면서 문득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나는 예비고사 3개월을 앞두고 독서실에 들어갔다. 집에서부터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독서실은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오기는 멀고 사먹자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을 때라 내 친구 선애와 떡라면을 주로 먹었던 기억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떡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애는 가끔 떡라면을 먹자고 한다. 그러면 나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같이 먹으며 그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그때 선애가 떡라면이랑 밥 많이 사줬었는데...ㅎㅎ

우리 엄마는 내가 부실하게 먹는게 늘 신경에 쓰였던 모양이다. 힘들게 일을 마치신 엄마는 도시락을 싸들고 두 정거장이 넘는 거리를 버스비가 아까워 걸어오셔서는 나에게 도시락을 건네주고 가셨다. 나는 그 도시락을 받아 먹으면서 공부를 했고 엄마는 도시락을 건네줄 때마다 미안해 하셨다. 더 좋은 반찬에 더 좋은 밥을 먹이지 못해서 늘 미안해 하셨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그때 반찬은 늘 김치볶음이랑 콩자반... 뭐 그런거 였던 생각이 난다. 그러니까 떡라면이나 도시락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나는 엄마가 전해주시는 그 도시락 때문에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 도시락이 '열심히 해봐라'라는 소리와 같았던 것 같다...  한번은 함박눈으로 사방이 눈천지였을 때 버스도 타지않고 걸어와서는 도시락을 건네주고 가시는 엄마를 보면서 괜시리 울적했었던 기억도 난다.

나는 그 방법을 지금 우리 딸 타코에게 써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고등학생인 딸은 공부하라고 잔소리 들으면서 할 나이가 지났다.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시기가 지났다. 그냥 옆에서 공부하면 먹을 것 챙겨주고, 놀고 있으면 같이 놀아주고, 옷사러 가고 싶어하면 같이 가서 옷 사입히면 되는 것 같다. 왜냐면 이제 고등학생이라 공부와 자신을 떼어놓고 싶어도 떼어놓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자신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타코를 위해 간식을 만들면서 괜히 엄마 생각이 나서 내가 만든 주먹밥도 사진으로 찍고 글도 남기게 되었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해주었던 것의 반이나 우리 딸 타코에게 하고 있는지 괜히 자신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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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데 타코에게 문자가 왔다. 나는 문지를 깨우는데 성공하면 공부를 하든 안하고 자든 내 몫을 다 했기 때문에 내 방으로 건너오면서 필요한 것 있으면 문자보내라고 한다. 그랬더니 엄마 옆에서 하면 안되냐고 문자가 왔다. 도저히 혼자서 하다간 잠이 들 것 같아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물론 나는 좋다고 했다. 그랬더니 책을 들고 내 방에 와서는 지금 공부하고 있다!

아! 그럼 난 잠은 어떻게 하지.. 에구 거기까진 생각 못했네. 할 수 없지... 책이나 읽다가 스르르 자야겠다. 에고 우리 엄마의 반도 따라가기 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