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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보는 세상

축령산행

생각해보니 우리 세 가족이 산행을 다니기 시작한지도 햇수로 3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팔당의 예봉산을 시작으로 달래 달래 진달래가 유명한 고려산, 눈덮인 태백산, 가까운 남한산성, 가을의 유명산 등 일년에 두어번 정도씩은 산행을 한 것 같다. 아, 산행이 안되면 산새님 집으로 봄나물 캐러 우르르 몰려가기도 했고^^.

우린 모여서 계획은 언제나 잘 짰다. 특히 털보가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오면 덩달아 다 같이 가고 싶어 했다. 아마도 프리랜서의 자유로움을 잠시라도 함께 나눠보고 싶어서가 아니까 싶다.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벌써 몇번의 산행은 더 이루어졌을 것. 번번히 말만 오가다 올해초 드뎌 약속을 깨는 사람이 밥을 사기로 하자는 말까지 나오게 되자 아무도 깨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의 올해 산행이 드뎌 성사되었다.

하지만 강원도 선자령이라는 애초의 목적은 어디로 가고 여행지가 속초로, 선자령으로, 그리고 축령산으로 결정되는 듯 싶다가 마지막에 신도, 위도를 넘나들었다. 세 가족이 가장 만족할만한 수준의 결정을 내리는 건 쉽지 않은 법. 그러나 결국 짚풀님네 바로 옆 산인 축령산으로 결정을 본 것. 짚풀님이 축령산 정도면 따라가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처음 가는 사람의 의견을 모두가 오우케이~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데... 동네산이라던 축령산은 그리 만만한 산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눈으로 덮여있어 바닥도 상당히 미끄러워 아이젠없이는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그런 산이었다. 하지만 짚풀님을 뺀 나머지 사람들에게 있어 축령산은 아기자기한 맛과 스릴,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전경까지, 완전 끝내주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더구나 요몇달 동안 남한산성만 오르락내리락 하던 나에게 축령산은 완전 재미난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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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오르지 않은 산 초입인데도 눈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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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넘어서 오른 늦은 산행인데도 아침같은 아스라한 빛의 느낌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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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산 중간 중간 전경이 확~ 펼쳐지는 바위가 나온다. 수리 바위, 남이 바위 등등.
마침 바람은 잠잠했으며 빛도 따뜻했다.

사진의 실루엣만으로는 여느 산사람들 못지 않다.
특히 우리의 식사를 짊어지고 올라온 산새님 베낭을 보면 험한 산을 등반하는 산악인에 진배없다.
저 베낭 가득 우리의 일용할 양식인 컵라면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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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네가 쫄로리 남이 바위에 앉아 있다. 우리가 남이가~ 라고 말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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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배가 고픈지 사람 가까이에 다가왔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먹이를 주는 모양이다.
빵을 주자 큰 거 하나 물고는 휙~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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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축령산 정상. 정상은 이상하게 만족감을 준다.
분명 산을 정복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 없이 올랐는데도 산은 오르는 이에게 가슴 가득 호연지기를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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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털보가 산이 바다를 품고 있어 파도처럼 일렁이며 세상을 헤엄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저 밑에서 솟았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고 있다.
덩달아 나도 이리 저리 일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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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앞서가는 일행은 저만치 내려갔고 뒤쳐진 짚풀님과 산새님 기다리면서 한 컷.

평소에 푸른 하늘 가득 나뭇가지를 풀어놓은 이러한 풍경을 많이 봤는데
이날은 푸른 바다 가득 나뭇가지들이 맘놓고 헤엄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아무 생각없이 사진을 찍는 나에게 사물이 말을 걸어오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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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내려오고 있는 짚풀님과 산새님.
내 카메라를 보고 손까지 흔들어주는 짚풀님.^^ 여유만만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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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나온 반달. 하루 종일 우리와 같이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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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의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내려가는 짚풀님.
그래도 낙법을 지대로 익혔는지 살짜쿵~ 안전하게 넘어진다.
하루 종일 짚풀님 보면서 너무 웃어서 이 사진은 하나 올려둬야겠다.
사실 이보다 더 재미난 사진이 있긴 있는데 그거 올리면 시끄러워진다. 일명 커피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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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빛이 물든 나무 의자. 평소 무심하던 사람도 저녁 빛을 보면 가슴 뭉클해진다.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더욱 저녁 빛을 사랑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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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들른 털보네. 저 장작불을 껴안고 있으면 이상하게 피곤이 풀리는 기분이다.
결국 약속을 어긴 사람은 하나도 없었는데 짚풀님이 마지막에 거하게 팍~ 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