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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타코

할머니의 사랑


"문지가 부엌에서 칼질할 때마다 걱정이 되서 사왔다..."하시며 내놓으신 곰돌이 다지기. 
울 딸은 볶음밥 요리를 좋아한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송송 썰어넣고 들들 볶은 다음 밥 반공기 정도 넣고 후르륵 볶는다. 그리고 예쁜 접시에 담아서 제 방으로 들어가면 그날 식사는 그걸로 해결~. 부억에서 칼질하고 있는 손녀가 걱정이 되어 슬쩍 나와 할머니가 해주신다고 해도 울 딸은 "제가 할 수 있어요..."하면서 콩~ 콩~ 콩 잘도 다진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어느 날 홈쇼핑에서 본 곰돌이 다지기를 사줄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전통적인 방법을 잘 익혀야 새로운 조리기구도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을 접었었는데 울 어머님은 그 모습이 늘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어느 해 경동시장에서 곰돌이 다지기를 만나자 반가운 마음에 사들고 오셨던 것이다. 

지금은 곰돌이 다지기를 조용히 잘 모셔 놓고 있다. 부드러운 야채는 잘 썰리지만 딱딱한 야채는 제대로 썰리지도 않고 튕겨져 나가 그닥 쓸모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엌에서 콩콩거리며 칼질하는 손녀를 생각하면서 곰돌이 다지기만 사오신 어머님의 마음이 읽혀져서 웃음이 나온 적이 있었다. 더구나 그때가 가장 장볼 것이 많은 추석 무렵이었다.^^




오늘 타코가 일본에 갔다. 일본에 있는 대학으로 학교를 정하면서부터 일본 출입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오늘 어머님은 일본에 시험보러 가는 당신 손녀에게 하얀 봉투에 할머니의 마음을 담아 주셨다. 어머님은 당신 손녀에게는 작은 돈이라도 주실라치면 항상 하얀 봉투에 담아주시곤 하시는데 오늘 처음으로 할머니의 손글씨로 당신의 마음을 담아주신 것이다. 그것도 봉투 한가운데가 아닌 한 귀퉁이에 조심스럽게 말이다. '문지야 잘 갔다 와'....

어머님은 당신 사랑을 표현하는데 참으로 서툴다. 어찌나 서툴고 쑥스러워 하시는지 자식들 앞에서도, 손주들 앞에서도 언제나 조심스러워 하신다. 그래도 늘 당신 사랑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 하시는데 말에 서툰 어머님의 사랑을 읽어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오늘 아침, 이제 다 커서 스스로 독립하게 된 당신 손주에게 어떻게든 당신 사랑을 표현하고 싶으셨을 할머님의 마음이 읽혀서 마음이 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