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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타코

3월 23일 타코 일본 출국!



출국 날짜가 정해지자 짐 챙기는 일부터 짐싸는 것, 비자 관계 때문에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일로 분주히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야할 물건은 왜그리 많은지요. 봄에 출국하지만 한여름까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름옷, 여름이불까지 챙겨야 했으니까요. 하물며 손톱깎이나 귀후비개 등 살면서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면 없으면 불편한 것들까지 모두 챙겨야 했거든요. 하긴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입학해도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은데 나라를 옮겨서 하는 공부이니 만만치 않은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누군가 제가 이것저것으로 분주하게 보내는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내년에는 그런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분의 아이도 와세다 대학으로 보낼 생각이라고요. 생각해보면 행복한 고민이었습니다. 가장 머리 아팠던 건 당연 엔화 강세였답니다. 제가 준비한 것보다 꼭 두 배가 들었답니다. 차츰 환율이 안정되고는 있지만 당분간 가장 실질적인 고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챙겨가야 할 것들을 대폭 줄여서 보냈는데 가난한 유학생이 된 딸의 앞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 하답니다.

지난 월요일인 3월 23일 아침 8시 비행기편으로 일본으로 출국하는 딸에게 저는 "이제부터 엄마는 자유부인이다~"라며 웃으면서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머리는 계속 자유부인인데 마음은 타코를 따라서 일본에 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출국한 날 저녁에 드디어 몸에서 약간의 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가벼운 몸살이 왔습니다. 저는 타코 출국하자마자 월말이라서 바뻐질테니 아무 생각없이 일만하자고 마음먹었었는데 몸은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탓인지 맥없이 풀어지더군요.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것이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잠도 푹 오지 않고 까무룩 잠들고, 까무룩 깨어나더니 다시 잠들지 않는 저녁을 보냈습니다.

오늘로서 3일째 아침, 드디어 가볍게 털고 일어났습니다. 일본에 도착한 딸도 여기서 챙겨가지 못한 물건들을 이것저것 사고, 일본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도 착착 제출하고, 이번주 금요일에 학교 첫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다고 합니다. 딸은 일본에 도착한 첫날부터 잠도 잘자고, 잘 먹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살짝 배신감이 들었지만 잠도 못자고 잘 못먹는다고 하면 더 신경쓰일텐데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푹 자고 잘 먹는다는 딸에게 살짝 든 배신감 때문인지 오늘부터 저도 마음 가볍게 일하려고 합니다. 애미맘이란 게 자식에 대해 애면글면하는게 당연하겠지만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는 딸에게 전폭적인 믿음을 보테야 할 때인 것 같아서요. 


"멀리서 공부하는 딸, 타코, 열심히 하시게나~ 엄마는 오늘부터 정말로 자유부인할란다~"



---------- 사진출처, 맥주동호회 인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