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속이야기

오랜만에..

오랜만에 집에 혼자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1시경에 털보는 외출했으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4시간 가량 혼자 있다. 벌써 들어올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우리는 다른 집과 달리 주로 내가 밖에서 일하고 털보가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집 청소하는 날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나는 일이 끝나서 청소기를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지만 털보는 일하는 시간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늘 청소하면서도 맘놓고 청소하기 어려운게 그 때문이다. 한번은 원고 마감하는데 청소기 돌렸다가 대판한 적도 있다.

나는 혼자 있을 땐 주로 청소를 하면서 보낸다. 오늘은 옷장 정리를 하고 있고, 화장실 청소까지만 할 예정이다. 그 사이 배달되어온 책도 흘깃거리고, 점심에 먹은 떡볶이 그릇들을 설걷이 했다. 
옷장을 정리하게 되면 일년에 한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살이 나한테 붙어살겠다고 달라붙으면서부터 예전에 입던 옷들을 못입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정리할 때마다 옷을 재활용 봉투에 담았다 꺼냈다를 수십번은 더한다. 그리고 오늘도 몇가지는 재활용으로 분류하고, 많은 가짓수의 옷들은 다시 옷장 속으로 들어갔다. 또 일년 넘게 입지 않을 옷일 수도 있는데 너무 미련이 많은 듯 하다.

나는 옷장 속의 옷에만 미련이 많은 것일까. 어딘가 꽁꽁 담아두었던 마음이 '나 여기 있어' 하면서 고개를 내밀 때가 있다. 많이 본, 그리고 아주 익숙한, 나의 미련퉁이들. 이번엔 옷장 속의 옷들처럼 다시 옷장행으로 하지 않을 작정이다. '나 여기 있어'하고 내민 내 마음 속 미련퉁이들을 잘 달래서 내보내줄 참이다. 그래야만 옷장이 새 옷 덕에 화사해지듯이 마음에도 새 힘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