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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타코

일본 여행 1 - 5월 2일

도대체 딸을 일본으로 보내놓고 딸이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지 않고 일년을 보낸 에미가, 첫 일본행을 여행으로 잡다니, 참으로 철딱서니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딸의 주문에 의하면 일본의 골든 위크(Gooden week) 즉 황금 연휴 때 오면 학교도 쉬고, 알바도 빼고, 써클도 잠시 쉬면서 엄마랑 놀아줄 수 있다는데야... 하여 일본의 골든 위크 때 일본행을 결정해 버렸다.  딸과 같이 놀 수 있다는 말에 결정된 5월 2일 일본행이었지만 아뿔싸, 일본의 황금 연휴는 모든 동경 사람들이 동경 시내로 다 몰려나오는 계절이었던 걸 깜빡 한 것이다. 게다가 여행기간 4일 중 하루는 비오는 날이 많다는 일본이, 갑자기 상승한 기온 때문에 여름을 방불할만큼 더웠던 것... 그리고 메마르고 건조한 봄바람에 익숙한 나는 나리타 공항에 내리자 약간은 습기 머금은 해풍이 머리카락을 헤집고 들어오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외국에서 만나는 딸이라... 그 느낌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기분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출국하기에 앞서 우리가 타고갈 JAL기를 기념으로 한 컷 남겼다.




25여년 만에 맛보는 기내식. 기내식을 먹고 오는 딸이 늘 허전하다고 했는데 그 기분이 이해가 됐다. 잠깐의 요기는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기내에서 와인도 먹을 수 있고 맥주도 마실 수 있었는데 특히 일본 기린 맥주는 맛있었다. 



공항에서 만나자마자 포옹하느라 사진을 한 컷 남기지 못했다. 동경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기 전에 정신차리고 딸의 모습을 한 컷 남겼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려고 기다리면서 한 컷.




나리타 익스프레스 내부 모습.



달리는 나리타 익스프레스 전철 안에서 찍은 노을. 동경 외곽 지역인 농촌 풍경 위로 저녁해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일본에 가면 제일 처음으로 카메라를 사야 한다는 말에 신주꾸에서 내리자마자 빅카메라 상점을 찾아들어갔다. 이곳은 빅카메라 건물 내부 모습. 인터넷으로 사전에 정보를 착실히 준비해온 친구 아들 덕에 카메라를 쉽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제품이 없단다. 그래서 다른 제품을 고르고 상의하는 모습이다.



제품이 결정되어 돈을 지불하는 장면. 여행객에게는 면세의 혜택도 주어진다. 





카메라를 사고는 동경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도청 전망대로 향했다. 카메라를 산 빅카메라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라 우리 모두는 걸어서 갔다. 처음에는 셔틀 버스를 타려고 셔틀 버스 정류장까지 갔었는데 이미 셔틀 버스 운행 시간은 끝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도청까지 갈 것인지 이리저리 의논하는 중에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일본인이 자기를 따라오면 도청 전망대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순간 노숙자인 듯한 그 사람 때문에 약간 긴장을 하긴 했지만 즉,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 우리는 비싸다는 동경 택시를 타지 않고 가게 된 것이 기뻐서 동경 시내를 늦은 밤에 걸어보았다. 그 분께는 우리가 알아서 걸어가겠다고 감사의 말을 남기고 딸과 손잡고 신주쿠 밤 거리를 걸었다. 의외로 공기가 참 맑아서 기분이 좋았다. 공기가 참 맑다고 생각하면서 걸은 그 길이 낮에 보니 울창한 나무가 커다란 빌딩 옆으로 많이 있었다. 나는 높은 빌딩보다, 깨끗한 거리보다, 그 무엇보다 부러웠던게 나무였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한줄로 늘어선 긴 줄을 만났다. 그리고 전망대로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실내에 들어서니 가방을 검색했다. 혹시나 모를 폭발물 검색이라고 한다. 검색하는 사람이나 보안하는 사람 모두 나이든 아줌마 아저씨들이어서 조금 놀라웠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분도 나이 드신 분이었다.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순식간에 우리를 전망대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동경 시내 야경. 저 멀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깨끗한 전망이라 대기오염은 우리보다 심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전망대에서 동경 야경을 배경으로 딸과의 사진을 한 컷 찍었다. 둘이 만나고 싶었던 만큼이나 고개가 서로를 향해 기울었다. 



예쁜 친구 딸과 멋진 아들, 그리고 친구. 어릴 적에는 같이 다녀도 서로 잘 어울렸는데 이제는 다들 머리가 컸다고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해졌다. 여행 첫날을 시작으로 셋이서 첫 사진을 찍었다.



전망대를 돌아보던 중 안내판에 쓰여진 한글 때문에 딸과 나는 둘이 킥킥 웃었다. 8번 I town plaza, I town repia라는 곳인데 우리말로 나타운 프라자, 나타운 레비아로 번역되어 있었던 것. 타운 프라자는 영어로, I 는 나로 번역하여 나타운 프라자, 나타운 레비아가 된 것이다.^^






요건 낮에 본 도청 전경. 다른 사이트에서 빌려온 것.





친구들을 한인 민박집에 데려다주고 딸과 둘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본의 주조역. 신주쿠와는 거리가 있어서 이 역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한인 민박촌이 몰려있는 신주쿠 시내와는 거리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친구들이 묵은 한인 민박집은 일본인들이 살고 있는 맨션을 임대해서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데 방의 규모를 보고 처음으로 모두 놀랬다. 인터넷과 책을 보면서 검색한 것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계속 그곳에 머물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잠깐 망설였지만 밤에만 잠시 머물게 될 것 같아 3일동안 그곳에 있기로 했다. 친구네 가족을 그곳에 놓고 오는데 내내 마음이 걸렸다. 그런데 울 딸 왈, 엄마 나도 처음에 여기 왔을 때 그런 방에서 3개월 살았어... 그러는 것이다. 어찌나 마음이 짠하고 아프던지... 방 작다고 투덜거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울 딸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조역에서 내리면 딸의 집으로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시장 골목. 골든 위크 기간이기도 하고 저녁 늦은 시간이어서 상점들은 모두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상점들은 2층 건물로 되어 있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 높은 지붕을 이어놓아서 시장 안은 더 아늑해 보였다. 이 길을 매일 자전거를 타든, 걸어서든 울 딸이 다닌다고 하니까 길이 왠지 정겨워 보였다. 아마도 신주쿠의 번화한 길을 걷다가 한적한 거리를 걸어서 그런 것 같다. 역에서부터 집까지는 걸어서 20여분이 넘게 걸리는 길이다. 나는 이 한적한 길을 울 딸이 매일 걸어다닌다고 생각하니 뭉클했다. 또한 시장 골목 어귀에 딸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케익점과 편의점이 있으니 내일 낮에 이 길을 다시 보며 눈에 꼭 익혀놓으리라 마음 먹었다. 딸의 손을 맞잡은 나의 손에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 기특함과 애틋함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