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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타코

일본 여행 2 - 5월 3일, 하나

주조역에서 집까지 골목을 꼬불꼬불 빠져나와 딸의 집을 향해 나는 커다랗고 무거운 가방 하나를 끌고 딸은 커다란 김상자 하나를 들고 걸었다. 주차장을 끼고 돌면 자기네 집이라며 마치 나를 먼 곳에서 온 손님처럼 맞이해준다. 집을 들어서면서 집 밖 건조대에 걸려 있는 한웅큼을 빨래를 걷어서 들고 들어갔다. 집 밖과 달리 집 안은 습하면서 후끈했다. 역시 민박집과 마찬가지로 작은 거실 하나에 방이 5개로 나뉘어 있는 구조였다. 딸의 방은 바로 문 앞에 있었다. 들어서면서 집에 있는 다른 친구들과 늦은 밤 객으로 찾아든 에미로서 짧은 인사만 나누고 딸의 방으로 들어갔다. 

딸의 방은 늘 온라인을 통해 보던 것보다는 좋아 보였다. 작은 침대 하나, 책상, 그리고 옷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서랍장이 하나 있었는데 작지만 규모있게 쓰고 있었다. 그런데 방 한구석에 겨울 옷들이 쇼핑백 가득 들어이었다. 일본도 봄 날씨가 하 수상하여 겨울같은 봄을 지내느라 겨울옷이 미처 정리가 안되어 있었던 것이다. 개학하면서 바빠진 탓도 있었던 것 같은데 엄마가 온다고 그래도 부리나케 정리를 한 듯해 보였다.^^ 

늦은 밤이라 다른 방의 친구들이 잠들 시간이기도 해서 우리로 일찍 잠이 들었다. 딸은 피곤했는지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어버렸고, 나는 침대 옆 바닥에서 자는데 바닥에서 올라오는 다다미 냄새 땜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물론 여행 첫날, 잠자리를 바꾸면 잘 잠들지 못하는 나의 이상 체질도 한 몫했지만 말이다.


"일본에서 딸과의 하룻밤을 보냈다. 쉬 잠이 오지않아 뒤척거리는데 벌써 딸의 방으로 새벽빛이 들어오고 있다." - 트위터에서


동경 시티 투어가 계획되어 있어 서둘러 나서던 골목길. 연휴 중이라 골목은 잠에서 떨 깬 듯 했다. 



어젯밤에 도착한 주조역 바깥 풍경. 역주변 역시 연휴 중이어서 그런지 조용하다.


동경시티투어는 여행전에 미리 예약해두었다. 하마마츠쵸 버스터미널에서 친구네 식구들과 우리는 다시 만났다. 낯선 곳에서 만나니 하룻밤만에 만났는데도 많이 반가웠다. 우리가 탈 버스는 Hoto Bus. 동경시내를 버스로 거의 한바퀴 돌게 되어 있어 동경 시내를 잘 모르는 초보자에게는 좋은 여행인 듯 하여 예약했는데 성인 기준으로 9,900엔이다. 우리돈으로 10만원이 넘는 금액이라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가이드가 일본인인데 영어로 안내해주고 한국어와 중국어, 그외의 언어들은 헤드폰으로 들어야 했다. 헤드폰 안내는 재미가 없었는데 영어 안내는 간간히 재밌는 얘기를 섞어가며 진행이 되었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많이 답답했다. 


제일 처음에 들른 메이지신궁. 일본의 근대화와 국가발전에 공을 세운 메이지 일왕과 그의 부인을 모시는 신사로 1920년대 창건되었다. 메이지 신궁에는 문이 세 개가 있다. 신사에 있는 이 문을 일본어로 토리라고 부른다. 토리는 일반인이 있는 곳 즉 불경한 곳과 신성한 곳 즉 신사를 구분짓는 경계를 뜻한다고 한다. 연휴 기간 동안 행사가 있어 우리는 첫번째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두번째 문으로 들어갔다. 가이드는 문 위에 황금 모양으로 된 세개의 문양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잘 알아듣지 못했다. 


행사 때마다 쓰여던 술통을 들어가는 입구에 진열해 두었다.



우리가 들어간 두번째 문. 일본도 5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특히 남자 아이들을 위한 날이다. 문 앞에 '고이노보리'라는 축제 문구가 걸려있다. 이 때 고이가 잉어라는 뜻인데 잉어로 된 풍선을 길거리 곳곳마다 걸어놓고 축제를 즐긴다. 참고로 여자아이들은 3월 3일에 축하해준다.



시티 투어에 함께 참가한 일행들. 외국인들이 참 많았다. 



세번째 문을 통과하기 전에 가이드가 약수로 손과 입을 씻고 입장해야 한다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먼저 왼손 오른손을 번갈아씻고는 손에 물을 담아 입을 행구어내는 것으로 신사입장의 의식을 치루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재미난 사실은 가이드가 설명해준대로 외국인들도 모두 다 성실히 따라한다는 점이다. 덩치 큰 사람들이 성실히 따라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특히 플라스틱 바구니가 아닌 것이 맘에 들었다. 물은 어디서 오는지는 잘 모르지만 물이 나오는 곳도 대나무를 통해서 흐르고 있었다.



드디어 세번째 문 통과.



아직도 통과해야 할 문이 남아 있었다.



드디어 도착. 밖에서는 사진 촬영이 되는데 저 안은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밖에서만 한 컷. 신년에 이곳에 거의 모든 동경사람들이 모여 동전을 던지는 행사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멀리서도 동전을 던지는데 저 기둥과 천청에 동전으로 찍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 안에서 이루어지고 행사는 봄을 맞는 행사라고 하는데 조용히 그리고 엄숙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안에서 진행되고 행사를 구경하는데 행사의 일부분인 듯 다른 일행들이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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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사는 이번과 같은 연휴기간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행사라고 한다.




안의 풍경은 찍지 못하게 해서 살짝 겉에서 사람들의 모습만 찍었다. 밖의 분위기와 달리 안은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옷을 입은 모습도 이번 연휴기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것. 행사를 하고 있어 앞에서 찍지는 못했다. 작은 의식을 치루고 있었다.



다시 가이드를 따라 돌아나오는 길.



일본의 근대화는 우리의 일제시대와 맞물리니 이 곳을 들르는 우리의 입장은 참으로 미묘하다. 더구나 이 곳에는 12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있어 도심 속의 오아시스라고 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료 로 개방한다. 나는 이곳에서 나무들을 보면서 일제가 남기고 간 것들, 전쟁, 이런 것들이 스쳐지나갔다.  




메이지신궁을 나와 황거 히가시교엔을 들어가기 전에 한 컷. 에도시대에 도쿠가와 무사들이 사는 성들은 강을 끼고 만들었다고 예전에 들은 적이 있다.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는데 이곳도 그런 의미가 있는 건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그 강가에 오리가 한가롭게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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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일본식 정원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 곳 역시 도쿄 한가운데 자리해 있어 많은 나무들과 작은 연못들, 그리고 꽃들이 많았다.  




정원을 다 돌아 나오는데 만난 그림 그리는 일본인들. 관광객들에게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그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신경을 쓰는 것 같지가 않았다. 나도 방해를 하고 싶지 않아 사진 한 컷만 찍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는데 무엇보다 이곳에서 본 나무와 이 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