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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이야기

써니 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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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써니 얘기는 안타까움과 갈등과 회의의 연속이었다. 여름방학에 이집 저집(아버지 집, 어머니 집)으로 전전하다 드뎌 집을 나와 찜질방에서 살게 되었으며 그후 학교는 장기 결석으로 처리되고 아버지는 아이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청주로 전학보내기로 결정되고... 이런 과정 속에 아이들의 의견은 무시되고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많은 상처를 안고 청주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아이는 상처가 너무 심해 한동안 내 전화나 문자도 거부했었다. 물론 나도 아이가 내 전화나 문자까지 거부하니 조금 힘들고,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상처에 비하면 내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지... 세상에 대한 저주와 부모에 대한 원망, 선생님에 대한 실망... 세상 누구도 써니와 써니 동생을 따뜻하게 안아주질 않았다.

가정불화가 심한 가정, 이혼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정신적인 혼란, 세상에 대한 원망, 게다가 사춘기라는 인생에서 가장 심리가 변화무쌍한 그 시절의 혼돈을... 이럴 때 따뜻하게 손 한 번 잡아주고, 따뜻하게 포옹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써니랑 만난게 작년 3월 무렵이니 거의 1년이 되어간다. 써니가 전학가는 바람에 일주일에 한번씩 이루어지던 상담도 계속 하지는 못했지만 청주에 내려간 써니가 가끔 나에게 편지를 보내온다. 서울에 있을 때 아줌마 말 잘 들을 걸 그랬다며... 보고 싶다며... 이런 편지를 받으니 난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마음이 짠~ 하다.

사실 써니랑 만나면서 내 딸 타코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실 공부에 대한 잔소리를 접을 수 있었던 것도 써니 덕분이다. 세상에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딸의 행복이다. 현재 내 딸이 행복하고 그 행복이 차고 넘쳐서 세상과 나누고 싶어질만큼 되어야 감사하지 않을까... 그래서 내 딸이 매사에, 범사에 감사하게 되지 않을까... 그걸 해주는게 부모인 내 몫인 것 같다. 동시에 더 넓은 의미의 우리의 딸인 써니와 더 넓은 의미의 부모인 우리 어른들의 몫은 아닐까...

지난 주에 써니가 서울에 올라왔다며 아침 일찍 문자가 왔다. 마침 월말이라 시간을 넉넉하게 낼 수는 없었지만 같이 점심을 먹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데이트^^를 했다. 나는 언제나 함께 놀아준다는 생각으로 써니를 만난다. 내가 그 어떤 말로 위로가 될 수 있으며 힘이 될 수 있을까... 다만 같이 재미나게 수다떨고, 써니가 엄마빠 흉보면 나도 같이 덩달아 살짝 흉도 봐주고... 그렇게 요즘 유행하는 옷이며 화장에 대해 얘기하면서 놀아주고 온다. 얘기 간간이 써니의 장래에 대한 것도 들어가긴 하지만 매사에 아주 가볍게, 가볍게 얘기한다. 무겁게 얘기하기엔 그 아이의 현실이 너무 무겁다. 나도 그 아이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무거워서 숨막히거나 내팽겨쳐버릴 것 같은데 이 작고 연약한 이 아이는 얼마나 세상이 무서우랴...

오늘 써니에게서 예쁜 편지가 왔다. 나를 만나고 내려 가서 곧바로 편지를 보낸 것 같다. 내가 먼저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받고 보니 기쁘고 감사하다.

나는 써니를 만나고 들어오면서 혹시나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수다떨면서 써니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있으면 다 잊게 해주시고, 어루만져 주시고, 회복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런데... 이번에 써니를 청주로 내려보낼 때 나는 써니에게 기도해주는 걸 잊어버렸다. 물론 그동안에도 나 혼자 써니를 위해 기도했지만 써니와 함께 기도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같이 기도할 걸.. 하는 그런 후회가 들었다. 위로부터 오는 위로와 치유를 내가 먼저 구했어야 했는데...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편지 답장 말미에 이제부터는 꼭 따뜻한 기도를 함께 써야겠다. 그 기도가 써니에게 전해지면 위로부터 내려오는 위로와 치유와 사랑이 함께 하리라 믿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