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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타코

보충수업을 놓고 벌이는 딸과의 줄다리기

딸이 요즘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한다. 1학년 담임 샘이 의무적으로 보충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해서 신청한 수업이다. 그러니 이 방학에 보충수업 받으러 학교 가는게 당연히 싫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신청한 수업이니 성.실.히. 들으라며 매일매일 달래서 학교에 보내고 있다. 물론 딸의 얘기로만 전부를 다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신청한 학생들 반이 넘게 나오지 않는단다. 학교에는 와도 수업 빼먹고 이마트에 가서 돌아다니다 들어오기도 한단다. 물론 딸도 딱 한번^^ 친구들과 영어수업 빼먹고 이마트에 가서 뭐 사먹고 들어간 적도 있단다. 당연히 보충수업이니 선생님들의 아무런 재제도 없고.

오늘 아침 딸의 친구가 2시간 수업 끝난 후에 학교에 오겠다는 문자가 왔다며 자기도 가기 싫단다. 같이 신청한 친한 친구들이 모두 그 수업을 빼먹고 나중에 오기로 했다는 것. 그러니 그 반에(보충수업은 상급, 중급, 초급으로 나뉘어 합반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관계로 서로 서먹서먹한 분위기에서 공부하는 것 같다)  친한 친구 몇명이 나오지 않으면 반에서 외톨이 신세라는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학교가기 싫어하는 딸을 살살 달래서 학교를 보내는 이유는 단지 중간에 가기 싫다는 이유로 그만 두게 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그런데 오늘도 무거운 걸음으로 학교를 향하는 딸을 보면서 꼭 이 보충수업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정규수업도 학원공부에 밀리고 있는 요즘의 현상을 보면 이 보충수업이란 것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공부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학원에 비해 학교공부가 밀리고 있는 건 이제 공공연한 사실아닌가... 하지만 학교란 곳이 공부가 전부인 곳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는 나는 딸이 학교를 그만 두고 검정고시를 하겠다고 할 때도 그것만은 적극 말렸었다. 하지만 이 보충수업은 아무래도 문제가 많다. 단지, 그 동안의 습관으로 보충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충수업을 하지 않으면 학교가 그 할 일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학원과 함께 ebs의 강의가 학교 공부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널려져 있는 학원과 ebs에서 공부를 보충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하는 보충수업은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얼마나 채워주고 있는 것일까... 학교수업은 논외로 치고라도 보충수업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얻지 못하는 내가 언제까지 딸에게 보충수업을 성.실.히. 해주기를 요구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 딸은 학원에 다니지 않고 있다. 물론 과외도 하고 있지 않다. 학원도 다니지 않는 딸이, 과외도 하지 않는 딸이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는 꾸준히 딸에게 부족한 부분은 학원에 다녀서 채우기를 요구하지만 딸은 ebs로도 충분히 채울 수 있다고 고집부리고 있다. 나는 그 고집을 의심반, 믿음반으로 지켜주고 있다.

우리 딸이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할 때 나에게는 말 못하고 아빠에게 무슨 학교가 공부밖에 없냐... 고 했다. 검정고시 보거나 학원다니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항변이었다. 또한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의 목표가 어떻게 대학이 될 수 있냐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었다. 공부의 목표는 대학이 아니라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대학이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사회가 목표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어떻게 학교공부는 대학, 대학만 노래하는지 모르겠단다. 정작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며 작년에 한동안 엄마빠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었다.

오늘 아침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로 향하는 딸의 뒷모습이 내 마음을 조금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제 3일 남았다. 이 3일도 나는 딸을 성실히 학교에 보낼 것이다. 또한 친구들의 흔들이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저 엄마의 부탁을 못이기는 척 들어주는 딸이 고맙다. 나 또한 딸이 강력하게 보충수업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면 내가 물러서줄 것이지만 현재로는 그다지 강하게 나오진 않고 있다. 다만 여름방학에는 절대로 보충수업을 신청하지 않겠단다. 그러니까 엄마가 도중에 그만 두는 것 싫어하니까 성실히 하라는 엄마의 요구사항을 애초에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ㅎㅎ

보충수업을 놓고 딸과 나와의 줄다리기는 이렇게 재미나게 끝나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보충수업이 어떤 위치인지, 학교수업이 어떤 위치인지, 학교공부만으로 대학가는 것이 가능한지...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