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털보♥타코

학교성적과 맞바꾼 JLP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낮에 즐거운 모임을 하고 헤어져 돌아오니 딸과 털보가 거실에서 싱글벙글이다. 둘이 아주 기분 좋은 분위기^^. 그리곤 나에게 JLPT( JAPANESE-LANGUAGE PROFICIENCY TEST) 1급 합격증서를 보여준다. 오~ 정말 좋은데... ㅎㅎ

지난해 JLPT시험을 보겠다고 타코가 말할 때도 우린 정말 시험삼아 본다는 말로 받아들였다. 타코는 자신의 일본어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도 물론 그렇게 생각했다. 타코가 일본 만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건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 다른 친구들이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닐 때 딸은 일본 드라마를 끼고 살았으며 다른 아이들이 종합반을 다닐 때도 딸은 딱 두 달 시사일본어 학원에 다니면서 문법을 익혔다. 그런 딸이니 시험을 보겠다고 할 때도 우린 '니 맘대로 하세요' 하는 반응이었다.

그런 딸이 오늘 떡허니 합격증서를 내밀었다. 우린 여전히 웃으면서 '이 시험 너무 쉬운 거 아니니?' '아무나 다 보면 붙는 거 아니니?'라며 딸과 히히덕 거린다. 그런 말에 별로 노여워하지도 않는 타코지만 얼굴만은 그동안 엄마 잔소리를 뚫고 드라마를 본 실력을 확실히 증명해 보였다는 자신감이 뚜렷하다.

타코가 일본어를 익히는 순서는 처음엔 애니메이션, 다음에 만화책, 다음에 잡지책, 다음에 드라마, 그 다음에 쇼프로와 대담프로를 거쳤다. 잡지와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 배우와 가수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들의 책과 앨범, DVD 등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신의 용돈을 쪼개고 아껴서 이것들을 모으고, 소장하고, 필요없게 된 물건들 인터넷을 통해 팔고... 그래서 자신의 좋아하는 배우들의 책을 손에 넣고는 흐뭇해 한다.

학교 성적은 어땠냐고? 물론 드라마보는 시간과 성적은 정확히 반.비.례...ㅎㅎ 학교 성적은 한 학기당 전교 등수 50등씩 뚝~ 뚝~ 떨어졌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 2학기 때부터 시작했으니 계산해보면 딸의 성적이 나온다ㅜ.ㅜ

오늘 저녁 맛있게 쏴줬다. 샤브샤브로^^. 저녁 먹으면서 오늘 모임에서 있었던 얘기를 하던 중 타코가 일본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고 물어서 내가 그냥 어릴때부터 돈안들이고도 빨리 익힌게 어학밖에 없더라고 애기했다고 했더니 우리 딸 왈 '300GB 하드 사주라고 하지...' 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하면 나는 일본드라마 그만 보라고 잔소리 할 때 아빠는 나와는 다르게 대처했다. 아빠는 딸이 일본 드라마 다운받아서 볼 때 컴퓨터 하드 용량이 모자라서 버벅거리자 외장하드를 어마어마한 걸로 하나 더 달아주셨던 것. 그때부터 우리 딸 더 열심히 일본드라마 봤다^^. 정말 못말리는 딸과 아빠다~~~

사실 합격사실을 안 건 작년 12월 말. 그때부터 타코는 당당히 드러내놓고 엄마 보란듯이 일본 드라마며 쇼프로까지 보면서 낄낄거렸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교보문고로 달려가서 책을 사날르는 일까지 아주 당당하게 하셨다^^. 이제 종주목을 들이밀듯 합격증을 코 앞에 내밀었으니 이 엄마 이제는 잔소리도 할 수 없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이셨다^^.... 그동안 성적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쥐구멍이라고 찾듯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을 자던 타코였으니 난감한 상황이니 어쩌니 해도 뭔가를 성취해낸 타코가 당당하고 자신감이 붙은 모습은 보기에는 좋다.

그래 성적, 그거 떨어진들 이제 어쩌랴.. 내신 때문에 대학가기 더 힘들어진 요즘이지만 자기가 확실히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행복지수 팍팍 올려주는 일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공부 못하는 사람들의 비애를... 공부못하는 학생은 선생 눈 앞에 있어도 있는게 아니다. 학교에서 참 서러움 많이 받았을 것이다. 우리 딸... 어쨌든 이 일을 계기로 성적 때문에 구겨지고 망가진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