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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

영화 - 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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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이의 글을 보면서 영화를 선택하거나 음악을 선곡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신문에, 아주 작은 박스기사가 하나 실렸다. 늘 찾아보는 기자의 글이었기에 박스기사에 눈이 갔다. 그리고 나는 오늘, 짜투리 시간을 내서 이 영화를 보기로 맘 먹었다. 기자의 말대로 변한 건 하나 없지만 살아가는 데 작은 용기를 얻은 기분이다.

여기에 실린 음악은 영화에 실린 'Falling slowly'라는 곡이다. 악기점에서 남자는 자신이 작곡한 곡의 코드를 일러주면서 여자와 처음으로 음을 맞추면서 노래부르고 있다.

어제는 한 편의 그림같은 영화를 봤다면 오늘은 뮤지컬같은 영화를 봤다. 어제의 영화는 프로 화가의 그림을 프로 영화 감독이 찍은 예술영화였다면 오늘의 영화는 아마추어 음악가의 거칠고 흔들리는 다큐영화같으면서 뮤지컬같은 음악 영화이다. 어제의 영화도 오늘의 영화도 이 가을을 추억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 가을을 추억하는 방식

지나간 계절이 기억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90년대 초반의 어느 여름은 타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매일 한낮에 걸었던 지하철 2호선의 한 역 주변 풍경으로 남아 있고, 몇년 전 가을은 부산 앞바다를 부드럽게 휘감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쓰리 타임즈>의 삽입음악 ‘레인 앤 티어스’로 기억된다.
2007년 가을은 한 편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아일랜드 음악 영화인 <원스>다. 영화 기사를 챙겨 보는 독자들은 이미 이 영화를 극찬하는 기사를 여러 번 봤을 테니 굳이 여기서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거리의 악사인 남자와 가난한 피아노 연주자인 여자가 만나서 이야기하고 함께 노래를 녹음하게 된다는, 그러니까 특별한 이야기도 없는 이 영화를 보노라면 그들과 함께 쌉싸름한 가을 공기를 마시며 함께 더블린 거리를 걷는 것 같고, 악기점의 피아노 위에서 이들이 화음을 맞춰 가며 완성하는 노래를 곁에 앉아 고요하게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극장을 나오면 변한 건 하나도 없지만 살아가는 데 작은 용기를 얻은 기분이다.
지난달 20일 <원스>는 상영관 두 군데서 개봉했으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상영관이 17개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이 가을을 추억할 ‘꺼리’를 아직 만들지 못한 독자라면 <원스>를 보시라. 분명 2007년의 가을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한겨레 신문 매거진 Esc에서, 2007년 10월 11일)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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