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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보는 세상

고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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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여행지에서는 잠이 일찍 깬다. 학교에 보내야 할 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침밥을 일찍 지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눈이 저절로 떠지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아마도 일상생활은 나를 매일매일의 일터로 내보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게으름 피우게 되고, 여행지에서는 낯선 곳에 대한 설레임이 나를 잠에서 풀어놓는가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여행의 중독증이 아닐까 싶다. 낯선 곳,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가끔은 눈뜨고, 그리고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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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바다가 보고 싶어서 달려갔던 강원도 속초에서 이른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우린 더 북쪽으로 차를 몰고 올라갔다. 그곳에서 만난 청간정. 아침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던 청간정. 도시의 빛이 어떤 필터를 통과해서 우리에게 오는 듯한 느낌이라면 속초 바닷가의 햇살은 뜨거움 그대로 온몸으로 받는 느낌이다. 이른 아침 봉포항의 분주한 어부들의 모습을 보고 곧바로 청간정에 도착해서 그런가, 한적하고, 고요하고, 그저 빛만 그득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청간정이란 이름만 보면 바다가 보이는 이곳에 푸르고 푸른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작은 정자를 하나 지어놓았다는 뜻일텐데 이곳에 오르니 정말 온통 푸른 바다 뿐이었다. 사람의 흔적은 전혀 없는 푸른 바닷가에 철새들만 그득했다.

모래사장에 일정한 간격으로 찍힌 발자국은 군인들의 것이다. 바로 옆에 군부대가 있었다. 아는 사람이 속초 바닷가에서 군인 생활이 했단다. 그는 속초바다만 보면 그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는다며 언제나 우스개 반, 진저리 반 섞어서 얘기한다. 군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속초바다만 보면 그 얘기를 잊지 않는다. 하지만 속초바다가 무슨 죄가 있으랴... 나의 속초바다는 늘 언제나 푸르고 푸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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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을 지나 해맞이 공원으로 오르는 길에서 만난 노란 빛을 띤 나무와 그곳에서 본 푸른 바다, 그리고 추위를 떨치고 땅속을 뚫고 나온다는 냉이까지. 저 멀리 사진찍느라 자신이 하나의 풍경이 되고 있는 걸 모르고 있는 털보, 이 모두가 아침빛을 받아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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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거진항 마을 풍경과 해맞이공원으로 가는 길. 사진을 보니 그날 털보와 함께 걸었던 아침 빛이 그대로 전해진다. 지금의 동해바다는 비록 한겨울이라 바닷바람이 매섭겠지만 햇살은 봄으로 가는 길목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정확히 한 달 전에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