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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타코

연애할 때와 같이...

내가 처음 운전을 배울 때였다. 벌써 10년도 훨씬 지난 일인데도 그 중에 기억나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브레이크와 친해져라. 즉 운전은 브레이크 사용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잘 사용하려면 브레이크와 연애하듯 운전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 당시 나는 운전을 처음 배울 때여서 자동차라는 철물과 친해지기도 좀 어렵거니와 기계 바늘과 수치들이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계기판들과 친해지기도 무척 어렵고 낯설었으며 생경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강사의 첫마디는 운전을 잘 하려면 브레이크와 친해지고, 브레이크와 친해지려면 연애하듯 운전하라고 가르쳐주는 것이다. 마치 연애할 때 애인의 손을 처음 잡을 때처럼 부드럽게, 그리고 첫 키스할 때와 마찬가지로 감미롭고 부드럽게 밟고 부드럽게 발을 떼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러면서 아기엄마들에게는 아기를 처음 안을 때처럼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안으라고 가르쳐준다며 나를 보고는 아기엄마같지 않아서 연애할 때처럼이라고 가르친다며 농을 친 적이 있다. 내가 그때는 그랬나... 새삼스럽기까지 하네...

그리고 또 하나. 방어운전을 해라. 운전은 몇 년 하다 보면 누구나 잘하게 되어 있단다. 운전처럼 쉬운 것이 없단다. 아무리 배운 것 없는 사람도 운전을 가르쳐보면 초등학교만 나와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운전이란다. 그러니 운전을 잘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첫 핸들을 잡을 때부터 방어운전을 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제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방어운전을 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기 쉽다는 뜻이며 내가 사고를 내지 않더라도 남이 나에게 사고를 입히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는 방어운전을 하지 않아서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두가지만 몸에 익히면 나머진 모두 기계작동이므로 이 기계작동들은 몸에 익으면 자동적으로 운전을 하게 되므로 이 두 가지를 꼭 몸에 익히라고 강조했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아침... 도종환 시인의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토요일마다 명강사들이 cbs 방송에서 1시간씩 강의를 해주는데 가끔 명강의를 듣게 된다. 오늘은 도종환 시인의 차례였나보다.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연애하듯 학생들과 눈을 맞추니 학생들이 따라오더라...는 말이다.

도종환시인은 해직되고 10년만에 교직에 돌아왔지만 상황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교육 현장을 직면하게 되었다. 해직되어 있는 동안 교직에 돌아가면 해야할 일들에 꿈이 부풀어 있었으니 그 현실이 얼마나 갑갑했으랴... 그래서 의욕적으로 고쳐보려고 발버둥친 모양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무도 자신의 뜻에 따라주지 않고 오히려 더 멀리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자신이 느낀 것은 내가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학교 현장을 전쟁터처럼 생각하고 싸워서 뭔가를 바꾸려고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음 학기부터는 학생들과 연애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꿔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함께 연구하다 보니까 자신도 모르게 학생들이 따라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얘기해 주었다. 그때 자신은 학생들과 연애하듯 가르쳤다고 한다. 그 이후도 좋은 말들이 많았으나 그 "연애하듯"이란 단어에 내가 꽂혔다.

왜 그 단어에 내가 꽂혔나구?... 요즘 나를 돌아보면 연애하듯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랬고 일상생활도 그렇고 나의 일도 그렇고... 모두가 연애할 때처럼 감미롭고 부드럽고 사랑스럽다. 나의 일상 모두가 사랑스럽다. 나의 딸이 사랑스럽고, 나의 남편이 사랑스럽고, 나의 어머니가 사랑스럽다. 아마도 모두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돌이켜보면 털보는 나에게 끊임없이 연애할 것을 주문했다. 연애하듯 살고, 연애하듯 일하고, 이 무섭고 갑갑한 현실에서 연애하듯 살기를 원했다. 내가 가끔 내 우물이라는 깊고 우울한 자기 연민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도 나에게 끊임없이 연애하듯 살기를 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컴컴한 우물이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고 사랑이라는 달콤함에 내 온 몸과 마음을 맡기에 되었다. 연애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