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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보는 세상

몰운대행

후닥닥 출발하게 된 강원도 정선의 몰운대 여행. 가자, 갈까요?, 가요.. 라고 결정되고 곧바로 출발할 수 있었던 여행이라 후닥닥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강원도 정선 처자가 아니었다면, 더구나 성격 급한 두 사람이 아니라면 감행해 볼 수 없는 여행이었다. 그 성격 급한 사람 중 한 사람은 강원도 처자인 명화공주님이고 또 한 사람은 울 털보다. 나는 그 중간에 어중간하게 끼어있는 깍두기로서 가만히 묻어서 다녀올 수 있었다. 더구나 운전도 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가볍고 홀가분한지... 그리하여 감행된 강원도 정선의 몰운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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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동안 내내 운전하고 있는 명화공주님. 명화공주님 고향이 강원도 정선 화엄마을, 즉 그림바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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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니 뒷자석에 앉아서 펼쳐지는 바깥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하늘의 구름이 창 밖으로 멋진 그림을 만들어주고 있다. 오른쪽 구석에 장난감처럼 걸친 전기고압선 때문에 더욱 장난감같은 작은 풍경을 만들어준다. 어쩌다 찍은 사진 속에 저렇게 작은 것들이 숨어있을 때가 있다. 뷰파인더에서 놓친 것을 큰 화면에서 다시 만나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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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 왜 모른대? 라는 정승이 몰운대라는 곳이 구름도 쉬어가는 마을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일단 몰운대 왔다는 기념 사진은 남겨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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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나 알려지면 관광지화하는게 일반이다. 이제는 강원도 정선 어디어디 골짜기라도 사람들의 발길이 쉼없이 이어지면 바로 관광지가 된다. 몰운대도 마찬가지. 황동규 시인이 찾았던 몰운대는 이제는 없고, 몰운대는 이제 시에만 남아 있다. 여러가지 팻말과 작은 비석들을 지나서 만나게 된 바위. 소나무들이 바위와 바위 사이에 놓여있는 풍경을 만나니 조금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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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다다르니 내가 서있는 절벽은 잘 보이지 않고 건너편 절벽이 더 잘 보인다. 아마도 삶도 그런게 아닌가 싶다. 나를 잘 보려면 나를 끊임없이 객관화 해야 하는 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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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깎아지른 절벽인데 저 곳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 명화공주. 강원도 처자가 겁도 없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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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공주님과 털보가 각자의 포즈대로 사진을 찍으시고.. 나는 또 그들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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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바위의 모습이 마치 책을 쌓아놓은 모양이다. 바위 사이로 빛바랜 이끼나 비바람들이 만들어낸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세월의 흔적인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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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몰운대에 도착하면 맨 처음에 만나는 나무가 있다. 바로 벼락맞고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이 나무이다. 황동규는 이 나무를 보고 벼락맞고 짐짓 죽은 듯 서있는 나무라고 읊고 있다. 황동규의 몰운대행 시 전문을 싣고 싶은데 시집이 어디로 갔는지 없다. 아님 원래 시집이 없었던지.. 오래 된 시라 그런지 인터넷에도 시의 전문을 찾을 수 없는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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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무의 시선으로 나무의 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너른 밭이 보인다. 감자밭도 아니고 콩밭도 아닌 허연 비닐 하우스. 마치 서울 근교 양평의 밭을 보는 느낌이다. 이제 강원도에도 밭농사를 비닐하우스로 하는 모양이다. 처음에 바위 끝에 섰을 때 펼쳐진 저 비닐하우스 때문에 눈이 피곤했다. 그래서 요리조리 비닐하우스를 피해서 사진을 찍어보려 했지만 도저히 각도가 잡히질 않아 결국 비닐하우스를 모두 함께 담아 찍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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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다. 물살은 제법 센 편이다. 이곳도 비닐 하우스를 빼고 찍고 싶었으나 결국 비닐 하우스도 함께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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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과감하게 비닐하우스를 담아서 한 컷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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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만 해도 강원도 밭이라면 오른쪽에 펼쳐진 모습이었다. 한동안 강원도를 다녀오지 않았더니 어느 새 비닐하우스가 밭모양을 완전히 바꿔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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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만들어 내는 멋진 프레임. 바위가 만들어낸 작은 공간을 통과하니 또 다른 바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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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들 사이로 생명력 강하게 솟아오른 소나무들. 소나무 뿌리들이 바위와 바위 사이를 옴팡지게 붙들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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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아래로 바위와 바위 사이로 작은 공간이 보인다. 비록 발 아래에서 자라고 있지만 작고 연약한 나무의 모습에 눈 길이 가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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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몰운대를 건너편 절벽쪽을 가서 제대로 보기로 했다. 역시 몰운대에 앉아서는 구름도 쉬어간다는 구름을 봐야 하고, 몰운대를 보려면 넉넉히 공간을 벌리고 멀리서 봐야 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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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니 더욱 잘 보이는 몰운대. 걸음 빠른 털보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다. 저 곳으로 가기 위해 큰 개 두마리가 묶여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걱정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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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 아래로 내려오니 몰운대의 밑둥을 볼 수 있다. 하긴 땅 속으로 더 깊게 박혀있을 엄청나게 큰 바위다. 바위가 만들어낸 무늬가 더욱 가깝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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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주변으로 작은 꽃들도 누워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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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바위들이 모두 하얗게 반짝인다. 어라, 이곳 돌은 왜 다 하얗지? 라고 내가 물으니 물 속에 석회질이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정선 처자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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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짐짓 죽은 듯 서있는 나무가 보인다. 에게... 멀리 보니 너무 작잖아~^^
나무 곁에 바로 서면 큰 나무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아주 작다. 짐짓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봐야 제대로 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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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운대에서는 구름도 작품이다. 이날 구름이 모두 정선에 모여든 것 같다. 아마도 푸른 하늘이 하얀 구름 뭉텅뭉텅 풀어놓고 쉬어 가려고 이곳에 다 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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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소금강. 명화공주 부모님 댁으로 가던 길에 펼쳐지는 절벽 병풍들이 도저히 한번은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다음에 시간나면 천천히 걸어서 지나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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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곳에서도 구름을 주인공으로 넓게 잡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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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명화공주님 댁에 도착.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오빠 내외에게 인사하고 코스모스에 잔뜩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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컹컹 짖어대던 강아지. 시골 강아지답지 않게 작다. 다가가 머리를 만져주니 못내 이 아줌마가 궁금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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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가면 요런 풍경이 나와줘야 한다. 저 큰 가마솥 안에 무엇이 들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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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과 털보가 작은 장독대 넘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얘기 들어보니 딸이 서울 손님들 한 두번 모셔온 것이 아니다. 귀찮아 하지 않고 반갑게 맞아주는 인심은 역시 우리내 시골 인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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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처럼 맛나게 먹은 만두국. 마치 털보 생일상같았다. 만두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상에 내놓은 만두는 모두 먹어치웠다. 마지막 한 그릇은 차마 체면치례 때문에 다 못먹고.. 더구나 동해에서 갓 잡아왔다는 조개까지 너무 맛있는 저녁 밥상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어머님.^^




여기서부터는 보너스. 강원도에서 만나는 작고 소소한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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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에 걸려있는 옥수수에 눈이 가 가까이 가니 할머니가 슬그머니 툇마루에 나와 앉아주신다. 대놓고 할머니를 찍지 못하는 이 소심한 아줌마에게 할머님은 찍어줘서 고마워요~ 하신다.
에궁~ 할머니 사진 잘 찍어서 하나 보내드릴 걸... 지레 사진 찍지 말라고 손사레 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 기억 때문에 소심하게 굴었는데 역시 아직도 소박한 인심을 갖고 있는 곳이 강원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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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너머에 보이는 작은 집. 대부분의 강원도 밭은 이런 모습이다. 집 바로 아래 장작 더미를 덮어둔 작은 파란 지붕이 보이고 그 앞에 큰 개 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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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개가 그 개 집의 주인공.
어, 저 아줌마가 시커먼걸 들고 나를 쳐다보네.. 저게 뭐지.. 이크.. 일단 숨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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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얼굴을 내밀고 컹컹 짖기 시작한다.
저 아줌마 별로 무섭지 않구나.. 일단 짓고 봐야지.. 컹컹..
내가 돌아서기만 하면 컹컹 짖으면서 달려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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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 나물. 강원도에 가면 곤드레 나물밥을 꼭 먹고 와야 한다. 참 특이하고 구수하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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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명화공주님이 찍어준 사진. 우린 둘 다 카메라는 들고 다니지만 함께 찍은 사진은 별로 없어 둘의 사진이 참 귀하다. 게다가 사진의 색감이 맘에 든다. 중요한 건 내가 그닥 뚱둥하게도, 키도 그닥 작게 나오지 않아서 맘에 든 사진. 고마워요 명화공주님.

저녁을 먹고 서둘러 서울로 출발하면서 화엄약수터에 들렀다. 약수터 바로 옆에 황동규의 시 속에 등장하는 화엄장이라는 모델이 있다. 괜시리 반갑네 화엄장이...^^
컴컴한 길을 찾아 약수터로 내려가 약수를 한 잔. 보통 쫄쫄 산 위에서 내려오는 모양으로 약수가 나오던데 화엄약수터는 발 아래 작은 웅덩이에서 떠먹게 되어 있었다. 너무 어두워 사진은 찍지 못했다.
이크~ 뭔 약수가 이리도 맛이 요상하다냐.. 그 동안 먹은 약수는 약수도 아닌가벼~
이 약수를 먹으면 곧바로 방귀가 나온다는데 정말 차 안에서 계속 속이 부릉부릉. 내 차도 아닌 남의 차 안에서 실례를 할 수도 없어 치악 휴게실까지 참고 갔더니 아랫배가 뻐근할 정도였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큰 소리로 시원하게 배출하시고 다시 서울로 출발.. 그 약수 받아올 걸 그랬나 싶어 아쉽다.

여러가지로 너무 짧아 아쉬웠던 몰운대행. 그래서 다음에 시간내서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시인 황동규의 무대인 몰운대행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