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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산으로 여행가기 2

저녁을 먹고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식구들은 올림픽 기간이라 한쪽에서는 텔레비전 보고 또 한쪽에서는 동양화를 맞추고 계셨다. 아무래도 일찍 잠들기는 힘들 것 같아서 우린 텐트치고 밖에서 자기로 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속의 텐트라 빗소리가 정말 음악처럼 들리더니 나중엔 마구 쏟아지자 이 걱정많은 아줌마가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119 구조대에 업혀서 나가는 건 아닌지... 하지만 강원도 태생의 털보는 여기까지 물이 차면 온 세상이 물바다가 된다며 걱정말라고 하고는 코를 드렁드렁.. 하긴 소리산 정상에 오르고 투망을 또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피곤할만도 하지. 나두 동양화 맞추는데 취미가 별로 없어 일찍 잠들려고 하는데 마지막 타자인 막내 조카가 조니워커 블랙을 들고 나타나 식구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그 바람에 새벽까지 이어진 수다로 언니들은 밤을 새우고 나는 새벽 3시가 넘어 더욱 거세진 빗소리와 함께 겨우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온몸이 한데서 잔 것처럼 무겁고 눅눅하고.. 하긴 천연 샤워 속에 비닐막을 치고 잔거나 다름없으니 그 눅눅함이란..^^ 그래도 여행지의 새벽을 놓칠 수가 없어 서둘러 소리산 입구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밤새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 물살이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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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나는 물을 건너가지 못하고 털보만 건너갔다. 계곡에 가면 예쁜 폭포가 있는데 비가 오고나면 더 멋질거라며 카메라를 들고 겁도 없이 뚜벅뚜벅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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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겁많은 아줌마는 저렇게 세게 내려오는 물살을 이기며 건널 수 없어 이쪽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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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약간씩 그치면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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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혼자서 보내는 동안에 털보가 우산들고 삼각대 메고 물을 건너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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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면서 물안개가 온통 산을 감싸고 있다.



다시 숙소에 도착하니 식구들 모두 일어나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어 그대로 앉아서 받아 먹었다.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는 식사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시댁에서는 늘 챙기기만 하다가 친정 식구들과 함께 가면 내가 할 일이 없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다.^^ 더구나 먹자마자 또다시 다른 길을 찾아 소리산을 오르기로 한 털보를 따라 나섰다. 울 언니들이 에고~ 천생연분이여~ 하면서 뒤에서 놀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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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리 열씨미 찍으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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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빨간 수염을 찍고 있으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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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면서 만난 버섯들. 버섯크는 걸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왠지 버섯은 어느 날 밤 쑥~ 하고 고개를 내밀고 나올 것 같다. 머리 모양 때문에 그런 연상을 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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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정상에 도착. 힘들게 올라온 털보를 모델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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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오르니 등산로가 여러 갈래가 있는 듯. 구름 참 멋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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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면서 만난 사마귀. 오호라~ 저 자세 홍콩 영화에서 많이 본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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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토끼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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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풀. 내 카메라로 강아지 풀 사진 찍기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엔 웬만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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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름을 모르니 노란 꽃.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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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내려오니 물 속에서 놀고 있는 식구들을 바라보던 엄마와 털보가 한 컷. 가만히 계시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자세를 곳추 앉으신다.
울 엄마 위 아래 옷색깔도 참 예쁘게 맞춰입고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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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엄마가 도착하자마자 마구 찍어대는 나를 향해 그만 찍으라고 성화시다. 아직 사진 찍을 준비가 덜 되셨다는 뜻. 그리고 나이가 들면 여자들은 카메라를 다 멀리하고 싶어한다. 울 엄마도 여자니까.

아마도 이번 여행으로 엄마와의 여행은 어쩌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다리가 불편하셔서 외출이 쉽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아마도 엄마 사진을 맨 나중에 올리는 것도 내 마음이 어쩌면 어쩌면... 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이 부분에서 자꾸만 멈칫 멈칫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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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보너스. 요 예쁜 푸른 것들은 계곡 옆에서 자라던 예쁜 애들이다. 옥수수, 가지, 상추, 토마토, 고추... 참 많은 것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소리산 여행은 오는 길도 험했지만 서울로 들어가는 길 역시 험난했다. 다른 식구들 모두 출발하고 우리가 가장 마지막으로 그곳을 떠났다. 앞서 가던 언니가 차가 많이 막힌다고 연락이 왔다. 하여 우린 길게 쭉 뻣은 큰 길을 버리고 양평 구길을 요리조리 찾아들어 양근대교를 넘어 퇴촌길로 접어들어 가장 먼저 집에 도착했다. 오는 길 내내 식구들에게 생중계를 해주면서.^^ 결국 꽉 막힌 곳에 서있던 오빠와 조카도 우리를 뒤쫓아 뒷길로 들어섰다. 하여간 이번 여행은 오고 가는 길 자체가 무지막지하게 어려웠다.

여행 후유증. 오고가는 길 자체만 무지막지하게 어려웠던 건 아니다. 대가족이 모이면 항상 삐끗하는 사람이 나온다. 결국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 후유증이 너무 속상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엄마와의 여행이라 더욱 속상했던 것 같다. 하여간 옛말에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날 없다는 말이 딱 맞는다. 끝까지 철안드는 큰오빠 때문에 무척 속상해서 여행 후 며칠 동안 힘들었다. 또한 점점 철드는 내 동생 때문에 흐믓하기도 했고 잘 자라준 내 조카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도 행복했을까? 아마도 그리 행복했을 것 같지 않다. 당신의 큰아들이 열 손가락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