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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

연금환급해 준다는 사기...쇼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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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에서 진달래에 흠뻑 빠져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선생님의 연금을 환급해줄테니 공단으로 직접 나오든지 통장으로 오늘 중으로 받으라는 거였다. 오늘 중으로 받지 않으면 국고에 환수된다는 내용이었다. 환급금 또한 적지 않은 57만 몇천원이라며.. 자세히도 일러준다. 나참 요즘처럼 어려운 이때에 57만원이란 돈에 갑자기 당황했다.

그래도... 이런 사기전화가 많은데 이거 사기 아니냐...를 몇번을 확인하고 환급하려면 그냥 통장으로 넣으면 되지 왜 인증번호를 확인해야 하느냐... 또한 환급해주려면 일찌기 통보해야지 왜 오늘 당장 받지 않으면 환수된다는 내용이냐를.. 따지고 물었다. 사기 아니냐는 질문에 그럼 국고에 환수될테니 알아서 해라로 답했으며 인증번호는 자동인출기에 찍어야 되기 때문에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으며 정말 사실처럼 인증번호를 알려준다. 기가 막혀서... 또한 왜 일찌기 통보해주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연말에 연락이 갔는데 선생님의 연락이 없어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전화하고 있는데 오늘 내 차례가 되었단다.

참 미치겠다. 의문을 제기하는 것마다 그럴듯하게 답하니 믿을 수도 없고 안믿을 수도 없고... 하여간 오늘 중으로 공단으로 와서 받아가든지 아님 현금인출기에 가서 직접 인출해야 한다나... 참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나 거짓투성인지 금방 알 수 있는걸 깜빡 속아넘어갔다.

사실 우리는 세금을 더 내기도 하고 환금을 받는 일도 종종 있기에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재작년 작년 수입이 줄었는데도 의료보험료를 더 냈기 때문에 의료보험공단에 가서 직접 신고하면서 보험료 조정을 한 적이 있는 관계로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냅따 진달래 산에 묻혀있던 나는 어떻게 그런 빠른 걸음으로 산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헬기장으로 달려갔다. 어찌나 빨리 걸었는지 털보가 나를 따라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ㅋㅋ 그때가 2시 40분 경이었는데 4시까지 현금인출기 앞으로 가달라고 했으니 날아서 갈 수밖에...

그때 울 털보.. 이상하게 생각한 털보가 의료보험공단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아 글쎄 100% 사기라는 거... 으 힘빠져...

어쨌든 그림에서처럼 진달래꽃에 묻혀있다가 헉헉거리며 날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헬기장까지 온 나는 의료보험공단에 확인하고 연금공단에 확인하고 그리고 경찰서에 신고했다. 두 공단 다 이런 일로 요즘 전화 많이 온단다. 경철서에서는 오늘만 20건이 넘게 신고됐다나... 아무리 잡아도 잡아도 그런 범죄가 계속 있다면서... 범죄 조직이 외국에 있는 관계로 잡기가 힘들다면서 개개인이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단다. 이 또한 얼마나 맥없는 답변인지...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보인 행동에 배꼽빠지게 웃는 수밖에 없었다. 어찌나 웃기던지... 그렇게 사기아니냐.. 를 몇 번을 확인하고도 홀딱 속아넘어갔으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었다...ㅋㅋ

그런데 정말 4시가 되기 딱 2분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이미 사기라는 걸 안 우리는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전화가 진짜로 왔던 것이다. 처음엔 013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오더니 이젠 001로 시작되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지금 현금지급기 앞에 계시냐고 물었다. 그래서 처음엔 모른척 받았다. 그랬더니 지금 어느 현금지급기 앞에 있냐고 또 묻는다. 그래서 경찰에 내가 신고했다고 했더니 그럼 국고에 환수된다는 말을 또 한다. 환장하겠다. 당황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국고에 환수된다고 또 하길래 그래 너 다 가져라.. 고 했다. 어찌나 통쾌하던지.. 그리고 어찌나 웃기던지... 잠시동안의 헤프닝이었지만 그렇게 깜빡 속아넘어간 나도 웃기지만 당황하지도 않고 담담히 말하는 사기꾼들도 놀랍다. 정말 속아넘어가기 딱 알맞게 거짓말을 한다.

이런 사기는 여자나 할머니 등 은행업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속아넘어가는 딱 알맞은 사기다. 알고보니 이런 사기로 피해를 본 사례가 보도도 많이 되었던 모양이다. 만약 현금인출기 앞에 가면 사기꾼들이 누르라는대로 누르면 그 돈이 사기꾼들에게 이체가 되는 모양이다. 눈뜨고 사기를 당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물론 나야 이체와 인출 정도는 확실히 아는 관계로 이체시키지야 않겠지만 산 속에서 부리나케 뛰어내려가 인출기 앞에까지 가서야 그것이 사기인 것을 알았다면 얼마나 약이 오를 것인지... 생각만해도 정말 악질의 사기다. 특히 약한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상대로한 범죄는 아무래도 약오르고 화가 난다.

어쨌든 나의 침착하지 못한 행동으로 벌어진 헤프닝 때문에 우린 계속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그나마 배꼽빠지게 웃기라도 해서 다행이지 화까지 벌컥내면서 털보와 싸우는 상황까지 갔다면 훨씬 더 억울할 뻔 했다.

이 얘기를 자세히 적는 이유는 이런 사기가 극성을 부리니 조심하자는 의미다. 친구랑 통화하면서 이 얘기를 했더니 정말 자기라도 깜빡 속아넘어가겠단다. 어쨌거나 한나절의 헤프닝이 참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