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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이야기

나 까칠해지고 있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얘기.
창과 방패의 이론이다.
나를 방어하기 위해 남에게 창을 들이댈 때
그 이론을 그대로 뒤집으면 그에게도 똑같은 창이 되는 이론이다.

네티즌들이 네티즌 입맛에 맞는 인터넷 정보를 취해서 촛불을 들었다고 할 때
그와 반대되는 사람들은 조.중.동의 이론을 입맛대로 받아들여
촛불을 꺼야한다고 주장하는 것 아니냐고
내가 공격하면 뭐라고 답하려고 그러시나...

믿음에 대해 말하면서
예수님을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이 다 떠나고 12제자만 남았다고 할 때
어떻게 예수님과 이명박 대통령을 같은 위치에 놓고
지지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모습을 비유하여 얘기할 수 있을까...

똑같은 성경으로 모세가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길을 떠날 때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아우성 칠 때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러 혈혈단신 산으로 올라갔던 그 때의 모습으로 비유했어야 됐던 거 아니었을까.

또 하나..
존경받는 원로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내가 고래고래 소리치는 몇백번의 말보다 무게가 더 크다.
어제 드뎌 존경하는 원로 장로님의 말씀에 힘입어
촛불 시위에 나갔던 사람은 몹쓸 사람이 되는 대접을 받았다. 아주 직접적으로.

무슨 얘긴고 하면 울 털보가 촛불 시위에 나갔다가 텔레비전 화면에 잡혔다.
물론 잠깐이지만 마지막 정지화면 속에 찍혀서 눈에 확~ 띈다.
지지난 주만 해도 그냥 아는 척만 하던 사람들이 이번 주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한다.
적극적인 부정적인 의견을 담아서.
내 차마 그대로 옮길 수 없다.
그래도 나는 웃으면서 그냥 지나쳤다. 일일이 설명하는 것 괴로우니까.

그런데 예배가 끝나니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담아서 나에게 표현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냥 웃으면서 지나친 나의 소극적인 자세에 대해 내내 불편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예배 시간 내내 저 창과 방패의 논리를 펼치시는 장로님 때문에
점심을 먹고 갈까 그냥 갈까 깊이 생각하고 있는데...
결국 나 까칠하게 한 마디 했다.

그럼, 권사님은 촛불 끄는데 나가시고, 저는 촛불 켜는데 나가면 되겠네요.

나, 촛불 켜는 사람이다.
나 촛불 켠다고 당당히 말하지만 촛불켜지 않는 사람에게 너 왜 촛불켜지 않아? 라고 공격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촛불켜지 않는 사람은 자기랑 똑같이 촛불을 끄는데 동참하지 않느냐며
촛불켜는 사람을 공격하는걸까.
왜 나는 촛불 켜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는데
왜 반대쪽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것일까?

이 모습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과 너무 닮은 꼴이다.
자신의 신앙만이 옮다고 주장하는 무서운 믿음의 사람들이다.
자신과 똑같은 믿음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나는 불안하다.
나는 늘 흔들린다.
때문에 나는 예수님을 사랑한다.
나의 이 끝없는 흔들림 속에서 그나마 버티는 건 예수님 때문이다.
왜 나의 이 흔들리는 신앙을 더 흔드는가.
겨우 간신히 붙들고 있는 사람을...
그리하여 더욱 예수님을 붙들고 살려는 사람을...

적어도 나의 신앙이 존중받으려면 타인의 신앙도 존중해야 한다.
지난 주 만난 사람들은 적어도 이런 기본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다.


나 지금 많이 까칠해지고 있는거 맞지.........ㅠ.ㅠ




사족 1.
결국 나는 장로님께 나의 창과 방패의 논리에 대해 그대로 말씀드렸다.
장로님도 인정하셨다.
역시 그릇이 큰 어른이시다.
나는 장로님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리고 내 의견을 존중받은 느낌이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사족2.
나에게 직접적인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부부이며, 권사님과 집사님 두 분이다.
그러고보면 다섯 사람 밖에 되지 않는구나.
침묵하는 다수가 있을텐데 나 정말 까칠해진 거 맞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