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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보는 세상

무허가 거미집




우리집 양지 바른 장미 나무에 큰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거미.
거미집은 거미 몸의 몇백 배에 해당할 만큼 아주 크며, 빛 잘드는 2층집이며 게다가 남향이다.
하지만 거미는 집주인인 나에게 한번도 집세를 내본 적이 없다.

또한 우리집은 먹이도 풍성하여 장미 나무와 갖가지 화분에 몰려드는 
파리, 모기, 날파리, 심지어 나비와 벌까지
거미의 집에 한번 걸려들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도망갈 수 없다.
발버둥 치면 칠수록 오히려 거미줄의 끈끈이가 더 깊숙이 옭조일 뿐이다.

먹이가 풍성한 나의 집이지만 거미의 만찬을 한번도 구경해본 적은 없다.
거미의 만찬을 보기 위해 오래도록 지켜보고 서 있어도 거미는 자신의 식사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다.
거미집에는 거미의 만찬을 위해 언제나 식사가 저렇게도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거미의 만찬을 한번도 구경하지 못해 도대체 어떻게 멋잇감을 헤치우는지 궁금했는데
얼마전 텔레비전 프로에서 거미의 식사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거미는 거미줄에 걸려든 먹잇감을 돌돌 말아 사망시키시고는
사망하신 먹잇감에 침을 빨대처럼 꽂고는 체액만 쪼옥~ 빨아드신단다.
하루 식사량이 크다고 하니 거미집은 크면 클수록 좋겠다.

우리집에는 거미집이 많다.
장미 나무 여기저기에 무허가로 지어진 거미집이 보기 싫어
예전에는 늘 쇠몽둥이까지는 아니지만 무시무시한 빗자루를 들고 무자비하게 강제 철거를 했었는데 
올해는 이 집 주인으로서 무한한 자비심을 발휘하여 강제철거를 시행하지 않았더니 
살이 통통하게 오른 거미가 가을 바람에 건들건들, 여유가 만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