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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보는 세상

떡과 커피 그리고 두물머리

내 이럴 줄 알았다. 수없이 두물머리를 들러 내처 사진이나 찍을 줄 알았지 그곳에 오래도록 한 곳에 눌러앉아 있는 떡집을 매번 지나치더니 떡집 옆에 살짜기 들어앉아 있는 커피집을 놓치고야 만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서종방향으로 차를 돌려 들어설 때마다 30년 떡집이란 세워진 간판을 그리 눈여겨 보지 않았다는 것이 더 솔직한 말이다. 떡집이야 그냥 지나쳐도 아쉬울게 없는데 그곳에 있는 클라라의 떡과 커피집을 놓친 건 많이 아쉬운 일이었다.

얼마전 너도바람님의 발칙한 만남 떡과 커피, 30년 전통 양수떡방과 클라라 가배점 이라는 긴 제목의 글을 보고는 칠랑이 팔랑이처럼 휙휙 지나만 다니다 글쓴이의 표현 그대로 신대륙을 놓치고 만 것이다. 신대륙 발견의 기쁨에 결국 나는 흔적도 없이 들락거리던 너도바람님 집에 내 흔적을 남기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엊그제 고3짜리 딸을 빙자하여 떡을 사러 두물머리, 그리고 클라라의 가배점에 들렀다.


뭐, 딱히 눈에 띄는 간판도 없다. 클라라의 떡&커피라는 커피향 진한 화판에 커피 한 잔 그려져 있다.



손으로 쓰여진 메뉴판. 그리고 젤로 맘에 드는 착한 커피값.
커피를 들고 앉아 먹을 자리? 글쎄요... 이곳에 앉으실라우?^^



오후에 들렀더니 쥔은 안계시고 반짝반짝 잘 닦인 커피 머신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종방향으로 들어서면 길가에 머뭇거림없이 휙 지나치기가 쉽다. 그러나 잠시의 두리번거림도 없이 지나가면 그곳에 30년 넘은 떡집을 놓치기 싶다. 천천히 지나다 떡집에 들러 떡을 하나 먹어볼 일이다. 떡집보다 커피집에 더 관심이 많던 나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 정말 양수리 장날이었다, 쥔장이 안계신 덕분에 커피맛은 못보고 왔다. 그럼 떡 맛은? 정말 예전에 먹던 그 맛 그대로다. 인절미는 찹쌀을 떡매로 쳐서 만든 것처럼 떡쌀이 씹히는 맛도 쫄깃쫄깃하다. 떡 5개을 사들고 나오는데 커피 못마시고 가는 아쉬움을 떡집 아주머니께서 떡 하나 덥썩 담아주시는 것으로 대신하신다.




후한 떡인심에 헤벌쭉해진 나는 떡 빵빵하게 들은 검정 비닐 봉투를 휘휘 휘저으며 두물머리로 들어섰다.
가을빛이 다 사라지기 전에 온 것에 또 기분 좋아진다. 헌데 빛이 부족하다. 너무 흐려, 해야 좀 나와라...ㅋㅋ


에잇, 날이 흐리면 또 어떠랴... 그럼 좀더 환상적인 스탈로 찍어가지 뭐,
이러면서 열심히 찍어온 가을 풍경. 아래는 주욱 두물머리 풍경이다. 역시 가을빛이 참 좋구나.

언제부터인지 두물머리에 가면 그림을 그려주는 화가를 만날 수 있다.
저마다 손에 들린 카메라로 찍어대기 바쁜데 손그림을 한장 가져보는 건 카메라와 다른 또다른 멋이 있을 듯 하다.



코스모스. 요건 찍어서 좀더 환상적으로 보이게끔 살짝쿵 작업한 것.
나중에 좋은 카메라로 요렇게 찍어보려구요..^^


쫄로리 앉아있는 아주머니들.
아주머니에게 핑크빛 옛 추억을 담아주고 싶어서 나름 코스모스로 연출한 사진.
나도 나이들긴 들었나보다. 아주머니에게 핑크빛이라도 주고 싶은 걸 보면.
하긴 친구들과 저런 모습으로 앉았다면 나도 옛 이야기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