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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타코

그가 가는 길



그는 길을 간다. 그의 손에는 니콘 D70이 들려 있으며 어깨에는 무거운 가방이 항상 같이 동반한다. 그의 길은 아주 어지럽다. 여행을 갈 때도 어디로 갈까... 그냥 출발해보자.. 발길 닿는대로.. 느낌이 오는대로... 그렇게 아무렇게나 출발한다. 계획없이 아무렇게나 맘이 이끄는대로.. 아니면 발길이 이끄는대로.. 그렇게 길을 떠난다.

2006년 12월 9일 나는 그를 따라 길을 나섰다. 그는 눈을 보겠다고 생각하면 그냥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가고, 그가 꽃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설 때는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날은 눈을 보겠다며 북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눈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사냥개처럼 눈을 찾아 나섰다. 길을 이리저리 꺾다가도 기가 막힌 곳을 찾아내서는 그곳에 카메라를 들이민다. 아마도 그의 사진찍기는 글을 찾아나서는 글사냥에 가깝다.

그는 글사냥을 나서고, 나는 그의 글사냥에 동반하여 사진을 몇장 건져오는 몇번의 여행 끝에 아무래도 나는 그의 길을 한동안 동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혼자서 저렇게 길을 나섰을 그를 생각하니 좀 미안하다. 눈길에 같이 나서주길 바라는 그를 항상 혼자 가게 내버려뒀으니... 그는 혼자서 여행지를 나서면서 혼자인 시간을 즐겼으며, 동시에 같이 가주기를 바라는 동반자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는 그의 길에 같이 따라나서는 이만 있다면 언제든, 누구든 동반하리라. 그것이 내가 아니어도...

나는 그가 나의 길에 동반해주기를 바랬는지 모른다. 몇년동안. 그리고 그도 같은 시간을 공유해줬다. 그리고 이젠 내가 그의 길에 동반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길의 동반자가 되어 보니 좋은 점이 많았다. 공유할 추억도 많아지고 나누어야 할 얘기도 많아지고, 사진도 같이 찍으니 둘의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게 되었다. 취미를 같이 공유하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의 길은 참 어지럽고 힘들다. 저 눈 속의 길처럼... 행선지도 없고, 저 눈길에 놓여있는 방향화살표도 없다. 그는 자기 맘대로 간다. 그 길을 따라나서는 일은 참 힘든 일이다... 그의 길에 동반자가 되어준다는 것은 그의 어지러운 저 길을, 제 맘대로 가는 저 길을, 아무 말없이 따라나서주는 것이다. 룰루랄라 거리면서...

-------- 미시령 옛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