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속이야기

써니 이야기2 어제는 써니를 만났다. 방학동안 이 녀석를 만나야 했는데 바뻐서 2달 가까이 만나지 못하다가 어제 만났다. 이 녀석이 거리감을 두려고 했다. 상담 처음에 보인 그 모습을 다시 보이려고 했다. 아마도 방학동안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많이 치인 모양이다. 아빠도 엄마도 그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 같지 않아서 어린 녀석이 흔들리고 있다. 어제는 간간히 대화를 거부했다. 왜 엄마집에서 아빠집으로 가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말하기 싫다고 입을 다물고 엄마집으로는 왜 다시 안가냐고 했더니 엄마 얘기는 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엄마를 만나면 욕이나 실컷 해주라고 했으며 아빠는 나이를 헛먹은 어른이란다. 대화를 거부하는 간간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얘기를 띄엄띄엄 늘어놓아서 집에 돌아와 얘기를 조각조각 이어보니 엄마도.. 더보기
남해 보리암에서 들은 빗소리... 낯선 사람과, 아니,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도, 아니지,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라도, 같이 마주앉아 있을 때 약간의 침묵이 흐르게 되면 그건 정적이 된다. 그리고 다음 주제를 이끌어가기 위해 머리 속에서 말들을 끄집어내어 다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나는 사람들과의 친분관계에서 약간의 침묵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밥을 같이 먹으면서도, 약간의 침묵이 흐르게 하고, 차를 한잔하면서도 침묵을 대화로 삼기도 하며 한 잔의 맥주를 마실 때도 침묵이 흐르도록 내버려둘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약간의 침묵을 견디는 사람과, 그 침묵을 거북해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의 경우는 침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람들이랑 정서적으로 가깝다. 그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는 사람들과 아주 오래도.. 더보기
4박5일의 여행을 마치고 망설이고 망설이다 떠난 여행이었다. 아니지. 처음에는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아주 많았다. 바다와 바람, 한권의 책,그리고 음악으로 가득 채울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여행에 대해 흔쾌한 마음이 들지 않아서 여행을 포기하자고 했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니 혼자있고 싶다고 털보에게 말했다. 나는 아주 절실하게 혼자 있고 싶었다. 또한 동시에 여행을 몹시도 떠나고 싶었다. 아마도 이번 여행을 둘이 다녀오지 않았으면 혼자서,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둘이 여행을 떠났고, 나는 내 맘 가득 그를 안고 돌아왔다. 바다도 나를 채웠주었으며 바람도 나에게 속삭여 주었다. 그리고 그도 나를 가득 채워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그를 여유있게 즐기게 되었다. 그가 사진을 찍는 동안 나도 그의 .. 더보기
나의 애마와 친구되기 혼자서 나의 애마랑 잠실까지 다녀왔다. 혼.자.서.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혼자서 잠실까지 갈 수 있는 건 기특한 일이다. 더구나 쉬지 않고 달려서 단번에 잠실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내가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밤에 보는 물빛은 불빛이다. 불빛이 물빛이고 물빛이 불빛이었다. 잠실 다리는 수중보를 향해 조명장치가 있어 그 빛은 수시로 바뀌는데 그 빛으로 물빛도 바뀌고 분위기도 바뀐다. 나는 아주 오래도록 빛이 변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저 강을 흐르는 밑바닥의 물빛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그 바닥을 알 수 없을만큼 깊고 어두운 물빛. 가까이 다가가서 본 강물은 다리 위의 조명으로는 도저히 밀어낼 수 없을 만큼 어두웠고 컴컴했다. 갑자기 바람도 더 .. 더보기
보고 싶다... 보고 싶단다. 결국 이 말까지 내가 듣는구나. 더 어떤 말이 나올지 이젠 무섭다. 더이상 추레해지지 말자. 이이상 뭘 더 내가 할 수 있으랴. 유치하게도 추하게도 울면서... 모든 걸 다 해봤다. 보고 싶다는 이 말에 더이상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턴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는. 몸은 나랑 있지만 마음은 그곳에 가 있는 나의 남편을... 둘이 있지만 셋이 있다는 생각이 든게 그 이유였구나. 그래... 가라. 좀 더 일찍 쿨하게 보냈어야 했다. 나의 비참한 모습 다 보이고 보내는구나. 그래. 가라. 내 눈물없이 너를 보내마. 더보기
나의 두번째 애마 드디어 나에게 두번째 애마가 생겼다. 털보가 번역을 하나 계약하더니 제일 먼저 나에게 자전거를 사줬다. 나의 첫번째 97년식 엑센트. 그 놈도 내가 무척 사랑했다. 그때 나에게 내 공간이 없었으므로 내 액센트 안에서 나는 무척 행복했다. 차가 갖는 밀폐되고, 오로지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였다. 차 창을 열고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달리는 그 기분... 첫번째 애마가 나에게 준 것은 나만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애마인 자전거. 첫 날 집에서부터 한강까지. 두번째 날, 집에서부터 뚝섬까지, 셋째 날, 집에서부터 잠실대교까지 그렇게 3일 내내 한강을 달렸다. 첫날, 나는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걸 느꼈다. 고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일사병으로 쓰러질 때 느꼈던 그 느낌이었다. 그러니 거의 30년만에 .. 더보기
새벽이다 이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어둠이 밀려나는 소리가 들린다. 저 멀리서부터 아주 조용히, 그리고 뜨거운 뭔가가 밀고 올라오고 있다. 지금쯤 바다가 끓기 시작하겠지. 이른 새벽 기운을 온 몸으로 느껴보면 어둠은 그냥 물러가는 것이 아니다. 아주 조용히 온 몸을 휘감고 물러간다. 이제 좀 자야지. 일이 좀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질 않네. 이렇게 밤샘 작업을 하는 것이 머리 속을 좀 비워주는 것 같아서 그런대로 지낼만 하다. 일끝내고 등산할 생각에 벌써부터 몸이 기분이 좋다고 한다. 자전거로 한강을 누빌 생각을 하니 몸이 머리보다 더 좋아라 한다... 더보기
안개낀 강가에서... 어제는 좀 그랬다. 역쉬 나는 쿨하지 못했다. 안개낀 강가에서 나는 들떴다. 이인성의 글들이 마구 지나갔다. 어느 집을 묘사한 소설이었는데 마치 그곳이 그 안개낀 강가에서 씌여진 것 같아 어제는 마구 들떴다. 그 소설이 강이었던가... 너무 들떴던 모양. 문지까지 끌고 그곳으로 달려갔으니... 요즘 좀처럼 없는 외식까지 하고 들어와서는... 맛있게 먹어주는 문지를 보며 행복하고 수퍼에서 사온 맥주가 기다려지는 저녁을 은근히 기대하면서... 그래 좀 들떴다. 허긴 요즘 내가 좀 들뜬 것 같다. 몇년동안 느껴지지 않던 그 만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코박고 잠들 때마다 내가 처음 그와 같이 자던 그 냄새가 난다. 마구 설레는 냄새다. 요즘 나는 그것이 살에서 나는 냄새인 것 같아서 코를 박고 잠이 들곤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