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우리가 고려산에 갔을 때는 아침에 비가 내렸다. 봄날 내린 비치고는 제법 많이 내려 산에 오를 수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산에 도착할 즈음 비가 그치고 해가 쨍하니 맑게 비춰져 상큼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비 때문이었을까... 진달래꽃의 색이 한층 농익었으며 그 빛은 온통 산을 뒤덮고 내 마음까지 뒤덮었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복잡했던 내 마음도 떠오르네.. 그래서 였을까... 그 산을 다녀온 후 진홍빛 물결이 한동안, 아니 길게, 내 마음을 흔들었었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왜 진달래 산에 가면 마음이 아련해지는지는... 내 마음이 어지러워서 였을까... 아님 진홍빛 때문일까... 아님 소월 때문일까... 저 산의 진홍빛을 보면 온통 마음이 어지럽고 황홀하고 아름다운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소월에게 책임을 미뤄야 할 듯.ㅎㅎ
진달래 산을 보면서 내 느낌은, 진홍빛 물감을 확~ 풀어서 뿌리면 저런 빛이 나올까...
아님 점묘화처럼 군데군데 점점이 붓자국을 남기면서 찍어두면 저런 그림이 나올까... 온통 저 진달래 때문에 미치도록 아름다웠다.
나는 산 속에서 진달래 잎을 따서 입에 대보았다. 참 부드러웠다. 맛은 꽃잎마다 약간씩 달랐다. 씁쓸하면서 달고, 달면서 싸한 맛이라고나 할까...ㅎㅎ 꽃잎 몇잎 먹어본 김에 진달래 잎을 몇 잎 따와서 집에 오자마자 찹쌀가루로 화전을 만들었다. 진달래의 연한 잎이 찹쌀떡의 민밋한 맛을 화사하게 바꿔줬다. 그러니까 어제는 온통 진홍빛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