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더딘 저녁 썸네일형 리스트형 쓸쓸하고 더딘 저녁 쓸쓸하고 더딘 저녁 - 황동규 이제 컴퓨터 쓰레기통 비우듯 추억통 비울 때가 되었지만, 추억 어느 길목에서고 나보다 더 아끼는 사람 만나면 퍼뜩 정신 들곤 하던 슈베르트나 고흐 그들의 젊은 이마를 죽음의 탈 쓴 사자가 와서 어루만질 때 (저 뻐개진 입 가득 붉은 웃음) 그들은 왜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밀밭이 타오르고 밀밭 한가운데로 달려오는 마차가 타오르고 사람들의 성대가 타오를 때 그들은 왜 몸을 헤픈 웃음에 허술히 내주거나 몸을 피스톨 과녁으로 썼을까? 왜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재빨리 빠져나가고 싶어했는가? 시장 인심이 사납던가. 악보나 캔버스가 너무 비좁던가? 아니면 쓸쓸하고 더딘 지척 빗소리가 먼 땅 끝 비처럼 들리는 저녁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던가?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