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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이야기

나의 애마와 친구되기

혼자서 나의 애마랑 잠실까지 다녀왔다.
혼.자.서.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혼자서 잠실까지 갈 수 있는 건 기특한 일이다.

더구나 쉬지 않고 달려서 단번에 잠실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내가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밤에 보는 물빛은 불빛이다.
불빛이 물빛이고 물빛이 불빛이었다.
잠실 다리는 수중보를 향해 조명장치가 있어 그 빛은 수시로 바뀌는데
그 빛으로 물빛도 바뀌고 분위기도 바뀐다.
나는 아주 오래도록 빛이 변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저 강을 흐르는 밑바닥의 물빛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그 바닥을 알 수 없을만큼 깊고 어두운 물빛.
가까이 다가가서 본 강물은 다리 위의 조명으로는 도저히 밀어낼 수 없을 만큼 어두웠고 컴컴했다.
갑자기 바람도 더 차가웠다.
어둡고 컴컴하고 그리고 차갑고.
어둠과 아주 친숙한 단어들.
이상하게도 그 어둠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고
컴컴한 빛도 두렵지 않았으며 차가운 바람도 더이상 춥지도 않았다.

단번에 잠실까지 달린 나는 올라오는 길은 아주 천천히 가기로 했다.
오르막 길에서는 그냥 내려서 천천히 걸었으며
평지에서도 자전거랑 손잡고 아주 천천히 걸었다.
혼자서 걸었다면 좀 힘들었을 길을 나의 애마을 잡고 걸으니 외롭지 않았다.
마치 내가 자전거랑 얘기하면서 가고 있는 듯 했으니까.

오늘 나는 자전거랑 손을 맞잡은 채로, 아주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