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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이야기

4박5일의 여행을 마치고



망설이고 망설이다 떠난 여행이었다.
아니지.
처음에는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아주 많았다.
바다와 바람, 한권의 책,그리고 음악으로 가득 채울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여행에 대해 흔쾌한 마음이 들지 않아서 여행을 포기하자고 했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니 혼자있고 싶다고 털보에게 말했다.
나는 아주 절실하게 혼자 있고 싶었다.
또한 동시에 여행을 몹시도 떠나고 싶었다.

아마도 이번 여행을 둘이 다녀오지 않았으면 혼자서,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둘이 여행을 떠났고,
나는 내 맘 가득 그를 안고 돌아왔다.
바다도 나를 채웠주었으며 바람도 나에게 속삭여 주었다.
그리고 그도 나를 가득 채워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그를 여유있게 즐기게 되었다.
그가 사진을 찍는 동안 나도 그의 사진을 찍었으며,
돗자리를 펴놓고 책을 읽었으며,
부서지는 햇빛과 파란 하늘을 두 눈 가득 눈물나게 담았으며
바람 속에다 나를 가만히 풀어놓고 바람이 간지르는대로 내 몸을 맡기고 잠들 수 있었다.

나는 올 여름이 끝나는 9월에, 가을이 시작되는 이 9월에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내 사랑을 온전히 만났으며,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으며,
그리고 그토록 들끓었던 내 마음이 조용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