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밖을 내다보는데 그가 쇼핑백을 들고 나의 사진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몇걸음 만에 그는 나의 사진에서 빠져 나갔다.
단지 그가 지나간 것 뿐인데
내 프레임이 텅 것 같다.
그가 있다가 사라진 것 만으로 비어버린 느낌이 드는걸까...
그러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나는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 허전한 그 느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 사진에는 내가 바라보는 프레임과 함께
그가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같이 놓여있다.
즉 아래 사진에서는
내가 바라보는 바깥 풍경만 있고
그가 바라보는, 그 만의 시선인 프레임 밖의 풍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