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 부억으로 내다본 옆집입니다. 제가 부억에서 뭔가를 덜그럭거리면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 할머니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삐꼼하게 내려다 보십니다.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신 모양입니다. 노인정 나들이도 하시고 가끔은 놀이터에도 나와 앉아 계셨는데 요즘은 통 놀이터 나들이도 안하십니다. 아마도 무슨 사정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할머니를 만난건 이태전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할머님이 물끄러미 저희 집안을 드려다 보는게 섬뜩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님이 쳐다보면 그냥 창문을 닫아버렸습니다. 겨울엔 추워서 내다보지 않지만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사는지라 창문을 닫고 음식을 하는건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그래도 서로 민망하니 제가 창문을 닫고 지내는게 낫다 싶었지요.
그러다 할머님이 유일하게 밖을 내다보는 시간은 제가 부억을 들락거리면서 음식을 하는 때 뿐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물끄러미 쳐다보는 할머니가 민망하긴 하지만 그리 게의치 않기로 하고 창문을 열어놓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할머님께 웃어보이기도 하구요. 비록 소리내어 할머니에게 말을 붙이지는 않지만 할머님을 향해 창문을 닫아걸던 짓은 하지 않기로 한 것이지요.
급기야 오늘은 할머님이 신발을 들고 저에게 손짓을 하십니다. 아마도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뜻인가 봅니다. 말도 하신다고 하는데 입모양으로만 저를 부르는 걸 보면 집에 있는 식구들이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는 모양입니다. 계속 입과 손짓으로 저를 부르십니다. 저는 어찌할 수 없기에 할머니를 향해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그 순간을 지나치고 맙니다. 이럴 땐 제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절망 비슷한 느낌까지 듭니다. 어찌해볼 수 없는 이 난감함...
할머니는 저의 이 난감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저를 향해 운동화를 들어 흔들어 보입니다. 주름지고 어두컴컴한 할머니의 얼굴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할머니의 운동화가 하얗게 빛났습니다. 자세히 보니 할머니의 운동화는 분홍색입니다. 비록 분홍빛은 바랬지만 흙 하나 묻지 않고 깨끗합니다. 운동화가 너무 깨끗하고 고와서 사진에 담아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