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밤새 내리고, 그것도 모자라 하루 종일 펑펑 내렸다. 집앞 골목은 30분마다 쓸어야만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다. 어디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눈이 오니 마치 꽁꽁 갇힌 기분이었다.
집 앞 골목길에도 차들이 꼼짝않고 눈을 맞고 있으며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만 길을 열심히 내고 있다.
겨울엔 장미 넝쿨이나 은행나무가 제 몸을 다 드러내는데 눈이 그 위를 죄다 덮어주고 있다.
자동차에 눈이 거의 10센치가 넘게 앉았는데 그걸 다 치우고 앞유리에 비닐을 덮었다. 이렇게 하면 차도 얼지 않고 눈을 털어내기도 쉽다고 옆집 아저씨가 가르쳐 주셨다.
집 앞 놀이터에 어느샌가 아이들이 잔뜩 나와 놀고 있다.
5에도 6에도, 5와 6 사이 101동에도 눈이 쌓이고 있다.
빼꼽히 열린 대문 살 위에도 눈은 내려앉는다. 눈은 앉고 싶은 곳 그 어디든, 살포시 소리도 없이 내려앉았다. 간만의 폭설이라 꼼짝없이 갇힌 기분이긴 하지만 3일 연휴 끝에 휴가 하루를 더 얻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