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카메라를 선물받았다. 아니 그의 마음을 선물받았다.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들고온 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마에 땀을 송글송글 맺힌채 나에게 카메라를 보여주며 내 것이라고 내밀었다. 두 손 가득 카메라와 카메라 가방을 들고서... 그는 이 선물을 받고 즐거워할 나에게 한시라도 빨리 전해주고 싶어서 한달음에 달려온 것 같았다...
그는 카메라, 사진에 대해서 모르는게 없다. 그가 나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내게 준 카메라이기에 그것이 어떤 기종인가에 상관없다. 그리고 기실 나는 카메라 기종도 잘 모르고 있다. 그가 나에게 선물한 카메라는 팬탁스 K100D. 그의 말마따나 내 손에 꼭 맞는다. 내 손 사이즈까지 배려한 그는 카메라와 렌즈 두개, 그리고 예쁜 카메라 가방까지 한아름 들고 기쁜 마음으로 우리 집으로 왔던 것이다. 게다가 카메라 가방에 내 생일의 별자리까지 새겨진 홀더까지... 홀더를 보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이 작은 것까지 배려하다니...
그가 와서 나에게 카메라를 안겨주고는 마당에 앉아 술을 한잔했다. 그에게 내민 안주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는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동안 나는 내 것이 된 팬탁스로 그의 모습과 털보의 모습을 담아봤다. 나는 내가 찍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꿈만 같았다...
사실 그는 예술가인 나의 털보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털보랑 같이 사는 나의 힘겨움을 이해해주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이며, 가난한 예술가인 털보를 이해해주는 소중한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털보를 대신해서 나에게 준 이 선물은 그래서 더 고맙다. 그리고 나는 이 좋은 카메라를 받을 자격을 따질 생각도 못한채 그의 고마운 마음을 덜컥 받아버리고 말았다.
오늘 아침 일찍 거래처에 들렀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의 카메라^^ 팬탁스를 자동차 거울에 담아봤다. 운전하면서 내내 꿈만 같아 볼을 꼬집어보고 싶었다. 꼬집으면 정말 아프겠지...^^ 그동안 나의 시각을 달리하게 해준 고마운 똑딱이는 원래 주인인 딸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