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나의 아침잠은 어머님이 2층 베란다 문을 열 때 깨곤 한다. 아침잠이 없는 어머님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베란다에 어머님이 키우는 화분과 몇가지 채소들에게 물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소리가 들리면 나는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무거운 몸을 끌고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에 올라가면서 일주일에 한번은 타코의 교복을 다리시는 어머님을 마주하게 된다. 중학교 때까지는 타코가 다려입고 다녔는데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자주 다리지 않은 옷을 입고 다녔다. 그러자 교복 다림질은 자연히 할머니 몫이 되었다.
어제도 2층에 올라가자 가지런히 교복이 다려져 있었다. 당신 딸의 교복도 다려주지 않았던 어머님이 손녀의 교복을 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어제는 어버이 날이었다...
학원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타코가 꽃바구니를 쓰윽~ 내민다.
"내년엔 직접 줄 수가 없겠더라. 그래서 생략하려다 사왔어.."
"무슨 그런 섭한 소리를.. 이 엄마 이런거 생략하면 섭하시지...ㅋㅋㅋ"
타코 마중갔던 나는 생각지도 못한 꽃바구니를 안고 좋아라 킥킥거린다.
하나는 할머니꺼, 또 하나는 우리 부부의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매년 받는 꽃이긴 하지만 올해의 꽃이 달리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