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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이야기

10월16일 17일 설악에 다녀오다



올 가을 털보랑 설악산에 다녀왔다. 설악산은 그냥 산이 아니었다. 대학 때... 그리고 몇년전 설악산 밑에서 놀다가 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설악산을 걸어서 등반해 본 것은 처음이다. 걸어서 대청봉까지 오른다는 것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은 책을 볼 때 속독하는 것과 같으며 두 발로 걸어서 몇 시간이고 등반한다는 것은 책을 완독하는 것이며 정독하는 것과 같다. 아무래도 나는 속독 체질은 아닌 것 같다. 몇년전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을 때는 산에 올랐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냥 차를 타고 휙 지나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제대로 완독했으며 정독하고 돌아왔다.

산을 오르는 중간중간 후회가 밀려왔지만 올라온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여서 그냥 앞으로만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중간에 한번 넘어지기 전까지는 등반하는데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넘어지고 나서는 그냥 돌아가고 싶었으며 심지어 헬리콥터라도 불러서 내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내려가면 다시는 산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 조심에 조심을 더하면서 산을 올랐다. 내려오는 길은 더욱 조심했다. 내려오는 내 모습을 지켜보던 어느 아주머니가 발이 이미 풀렸기 때문에 지금처럼 내려가면 다치기 쉽다며 네 발로 기듯이 내려가라고 가르쳐주셨다. 나는 정말로 그렇게 기어서 내려왔다. 아, 설악에 몸을 담그고 돌아온 나는 이 기분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 설악, 너는 참 대단했으며 너는 참 매력있더라.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