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줄기 선자령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바람의 마을이다. 이름에 걸맞게 대관령 휴게실에 내리는 순간, 차 안의 따뜻함은 일순간에 사라진다. 차 문을 밀고 나오기도 어렵게 바람이 밀어대기 때문이다. 만약 바람막이 옷을 입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옷깃을 헤집고 들어오는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선자령에서 바람돌이만큼 빼놓을 수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건 하늘이다. 선자령에 도착한 1월 16일, 차 문을 드세게 밀어닥치는 바람과 함께 코발트빛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엔 신의 색이라 명명된 파란색, 하여 성당의 지붕이나 성전에만 칠할 수 있었던 파란색, 고대 사람들처럼 파란색을 경외하고 싶게 만들만큼 파란 하늘이 우리 머리 위에 펼쳐져 있었다. 파란 하늘을 보는 순간 머리 속을 헤집는 바람 따위는 잊어버려도 좋을만큼 푸르고 또 푸르렀다.
등산로 입구에 목책이 세워져 있다. 이 목책은 바람막이용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이다. 한 때 소들이 방목되었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산으로 오르는 사람들. 내게는 산으로 오른다기보다는 하늘에 다다르고 싶은 사람들로 보였다.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발밑의 눈을 조심하느라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딛고 있다.
장난감처럼 작은 바람개비로 보이기도 하다가...
가까이 가면 이다지도 커다란 바람개비.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소인국에 온 것 같다.
아무리 세게 돌아도 이 커다란 바람개비는 날지 못한다.
강릉방향의 하늘이다. 저 너머가 강릉 앞바다라고 하는데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하다.
구름 한 점없던 하늘이 어딘가에서 실낱처럼 구름을 뿌려놓았다. 누군가 흰 물감 살짝 흘린 모습이다.
이제 하늘을 내려가야 한다. 점점 하늘이 더 높아지고 있다.
하늘만 높아지는게 아닌 모양이다. 산 위의 나무 한그루가 수줍게 안녕을 고한다. 잘 내려가시라고...
고개를 거의 내려오니 눈밭이 발 아래, 발 바로 위에 부담스럽지 않게 펼쳐진다. 높이는 우리에게 경외감을 주기도 하지만 높이가 사라지니 편안하다.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경외할 것이며 발 아래 평안함에도 감사할 일이다.
하늘 빛이 더 짙어지자 나무도 제 그림자를 더 진하게 그리고 있다. 짧은 겨울해가 하루를 마감하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