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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타코

오랜만의 딸과의 쇼핑

어제 하루는 만나야 할 사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끝내고, 문병가야 할 집에 방문하여 들여다 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코랑 쇼핑을 하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의 쇼핑이었다. 운동화 뒤쪽이 닳아서 구멍이 날 정도로 신고 다녔던 딸... 구멍난 운동화를 보면서 조금 미안했다. 나 자신이 정신없이 지나버린 지난 시간동안 울 딸 타코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없이 일할 때도 그랬고, 나 자신 방황할 때는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움직이는 엄마에게 뭘 그리 크게 요구하지도 않고 스스로 조용히 있어주었다. 한동안 이곳저곳으로 사진찍으러 다닐 때도 울 딸은 엄마에게 그리 치대지도 않고 혼자서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 심취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코가 심심하지 않게 보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그래서 오랜만의 쇼핑을 시간에 쫓기지 않고 둘이 히히덕거리면서 이 옷 저 옷을 입어보는 쇼핑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쇼핑 중간에 나는 비빔밥을 먹고, 타코는 모밀국수를 먹었는데 다 먹더니 아직도 배부르지 않다며 햄버거 하나를 뚝딱 해치웠다. 그러더니 조금 부족하지만 집에 가서 더 먹어야겠단다. 아무래도 그동안 타코의 속이 좀 헛헛했던 모양이다.

어느날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면 안되냐고 물어서 당황하게도 했고, 미술공부를 하고 싶은데 방학에는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해서 또 당황하게는 했지만 조용히 제 몫을 다해주고 있어 고맙고 미안하다. 검정고시는 그런대로 엄마빠의 의견을 어느 정도는 수용하는 듯하지만 미술공부는 고집을 꺾고 있지를 않아서 아무래도 이번 겨울방학에는 미술학원에 보내야 할 듯... 부모의 시선으로 보면 미술의 재능보다 언어의 재능이 더 많은 딸인데 그림쪽으로 고집을 부리고 있다... 그 나이 때는 그게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나이여서 어느 정도 수용해줘야 할 듯하다. 정말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노력과 성실함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므로... 아무래도 타코의 헛헛함은 그동안의 자기 고민과 자기 진로에 대한 불투명, 그리고 부모와의 갈등.. 이런 것은 아니었을지... 안타깝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 어제 사준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딸이 너무 예쁘다. 내일이 수능일이라 오늘은 일찍 온다고 한다. 둘이 같이 찜질방에나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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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올 가을 소풍때 친구들과 찍은 사진. 이 사진 여기에 올린 걸 알면 싫어할텐데... 그래서 조그맣게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