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송 -- 구상
희랍신화(希臘神話)의 혀 안 돌아가는 남녀신(男女神)의 이름을 죽죽 따로 외는 이들이 백결(百結)선생이나 수로부인(水路夫人), 서산대사(西山大師)나 사임당(師任堂)을 모르듯이 클레오파트라, 로미오와 줄리에트, 마릴린 몬로, BB의 사랑이나 브로드웨이, 할리우드의 치정(痴情)엔 횡한 아가씨들이 저의 집 식모살이 고달픈 사정도 모르듯이 튜울립, 칸나, 글라디올러스, 시크라멘, 히아신스는 낯색을 고쳐 반기면서 우리는 넘보아도 삼생(三生)에 무관(無關)한 듯 이름마저도 모른다. 그 왜, 시골 그대들의 어버이들이 전해가지고 붙여오던 바우, 돌쇠, 똘만이, 개똥이, 쇠똥이, 억쇠, 칠성이, 곰, 만수, 이쁜이, 곱단이, 떡발이, 삐뚤이, 순이, 달, 서분이, 꽃분이, 이런 정답고 구수한 이름들 함께 우리 이름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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