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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

글쓰기 어려워도 너~무 어려워~ 무슨 시인이 될 것도 아니고 소설가가 되는 것도 아닌데요즘 책상 앞에 앉아 글쓰기 숙제 하느라 끙끙이다.아, 그렇다고 끙끙 거린다고 냄새가 나는 건 아니다. ㅋ 사진은 맘에 들든, 들지 않든,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한 장이라도 건져오는데글쓰기 숙제는 책상을 떠나면 도저히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그렇다고 앉아만 있는다고 진도가 술술 나가지는 것도 아니다.그저 delete 커서만 고생시키고 있다. 그래도 숙제로서의 에세이 두 편 완성.좀 힘들기는 하지만 독자로서가 아닌 필자로서의 글쓰기 측면에서 글을 보는 태도가 달라졌다. 요즘 살짝 고민인 건,글쓰고 있을 땐 사진찍으러 나가고 싶고사진찍고 있을 땐 글쓰고 싶어서 얼른 집에 가고 싶어진다는 것. 더 심각한 건, 일하고 있을 때도 사진찍으러 가고 싶다는 것이다... 더보기
삶의 터전으로 바라본 개미마을 다녀오기 "아~아~, 알려드립니다. 부침개 드시러 오시기 바랍니다~." 마을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방송이 흘러나온다. 방송과 함께 이곳 저곳에서 빼꼼히 문이 열리면서 한 분 두 분 어르신들이 얼굴을 내민다. 그러나 몸을 내미는 것은 문 앞까지. 그 자리에서 다리를 손으로 가르킨다. '아, 나는 다리가 아파서 못 가~'라는 몸짓이다. 마을의 평상까지는 빤히 눈이 닿는 거리지만 다리가 아파서 그곳까지 오기도 어렵다. 그러자 봉사나온 학생들이 부침개를 접시에 나눠들고 '다다다다' 튀어 날듯이 어르신들에게 달려가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혹시 어느 시골 마을을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풍경을 빚어낸 곳은 엄연히 서울이다. 홍제 3동에 위치한 개미마을이 바로 그곳이고, 그 마을에서 있었던 어느 날의 풍경이다... 더보기
모운동 _ 시 _ 이재훈 모운동(募雲洞) ___ 이재훈 최초로 지상의 하늘을 보여준 건 내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하루 종일 하늘을 이고 다녔고 광업소 앞에는 검은 작업복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광부들은 하늘을 보며 눈살을 지푸렸는데 하늘이 너무 무거워 그런 거라고 했다 옥동중학교 창가로 새어드는 햇살 나는 학생들의 까까머리 위로 날리는 백묵가루를 손에 쥐려고 울기도 했다 아버지는 나무 강단에서 하루 종일 백묵가루를 마셨다 저녁이 되면 아버지의 어깨엔 하늘이 뱉어놓은 검은 말의 찌꺼기가 내려앉았다 비가 새는 방에 누워 빗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려고 양은냄비를 머리맡에 놓아두기도 했다 그런 날엔 노래부르는 꿈을 꾸었다 새벽에 목이 마르면 냄비에 고인 빗물을 벌컥 들이켰다 하늘이 내게 준 건 달았다 관념의 허위와도 곤궁한 생활과도 바꿀.. 더보기
또하나의 시작_글쓰기 괜시리 또 새벽에 잠이 깨서, 딸의 목소리 한번 확인하고. 곧장 일어나 새벽 신문 찾으러 대문 부스럭 거리면서 열어보다 새벽 짙은 어둠이 새끼발꼬락만큼 빛을 밀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현관에 자동으로 들어오는 불빛만 아니었어도 새벽빛이 집 안으로 들어오게 문을 열어두었을텐데... 다시 또 하나를 시작했다. 돌아돌아 다시 제자리로 온 느낌. 글쓰기가 어려워 사진을 시작했으나 사진을 하면 할수록 글쓰기로 다시 돌아가는 나를 발견한다. 결국 이렇게 되는거 였다. -------- 아래 글은 페북에 잠깐 잠깐 메모했던 것 옮겨온 것이다. -------- 몸에 관한 생각 1 흔히 누군가를 좋아하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멀리 있는 그대에게는 머리 한쪽을 실로 연결해놓고 있는 것처럼 늘 그 방향으로 안테나가 돌아가고.. 더보기
內傷 "민주화되고 나면 더이상 이런 일 안할 줄 알았어요. 화 난다기보다는 뭐랄까요? 견고한 저 성벽이 정권이 바뀐다고 변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예수가 다시 온대도 또 십자가에 못박혀 죽겠구나 싶기도 하구요. 저런 사람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또다시 예수를 죽이겠죠." ---- 소설 '도가니' 중에서. 더보기
겨울 저녁빛만큼 짧은 2월 마감할 때의 촉박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간이 늘어지게 간다. 마감과 마감 후라는 시간을 맞는 나로서는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면 분명 많은 일을 하면서 지냈는데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일이란 그런 것인가보다. 일이 휘몰아치면 일 속에 파묻혀 시간을 뭉텅뭉텅 잘라 먹게 되는가보다. 지금보다 일을 더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일도 많았지만 여러가지로 복잡한 일들이 많을 때였다. 복잡한 일들을 잊기에는 많은 일들이 오히려 행복하기까지 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을 때 바쁘다는 건 좋은 핑계 중에 하나가 되었으니까... 그때 생각나는 건 친구나 식구들이 전화오면 젤 먼저 묻는게 '바쁘냐?' 였다. 그럼 '응, 바뻐' 이렇게 한마디 하면 금방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그런 시절.. 더보기
화음 흰 건반이 내는 한음 한음의 정확한 소리도 아름답지만 검은 건반의 절묘한 반음이 없다면 소리의 아름다움은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세상엔 흰 건반이 내는 소리도 있어야 하고 검은 건반이 내는 소리도 있어야 그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가끔 내 마음도 흰 건반이 소리를 낼 때도 있고 검은 건반이 소리를 낼 때도 있다. 흰 건반으로만, 또는 검은 건반으로만 음악을 완성할 수 없듯이,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이 절묘하게 움직여야 아름다운 소리가 나온다. 요즘, 아름다운 화음이 무척 그리운 시간이다. 더보기
깜깜한 세상 눈도 막고 입도 막고 빛도 막아버린 세상. 검정 테이프 아래로 220V용 빨간 글씨가 조용히 입다물고 있구나. 눈감은 저 벽 넘어로 전기가 숨어들고 있겠지. 옥상 베란다의 전구는 어디로 간 것일까. 언제부터 저들은 내장을 다 드러내놓고 있었던 걸까. 하늘이 참으로 무심하게도 맑은 날이다... --- 200912월 사무실 옥상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