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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

이웃 블로그에서 본 말과 글에 대한 내 생각 한참 바쁘게 일하는 중인 지난달 말경에 이웃 블로그에서 말과 글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때 나는 말과 글에 대한 고민을 한참 하고 있던터라 그 바쁜 와중에도 그 글을 읽고 계속 생각하며 고민했다. 나에게 있어서 말이란 어떤 것이며 글이란 어떤 것일까... 맨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 사실은 이웃 블로그의 남편되시는 분이 아내의 글 밑에 짧막한 글을 두줄 남겨두었었다. 기록하지 않으니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니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 짧막한 글을 읽고 그때의 내 심정을 한줄로 정리하여 세줄의 글로 완성했다. 갈피를 잡을 수 없으니 길이 보는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딱딱한 느낌의 글이 아니라 아내에게 부드럽게 채근하는 글로 보였었다. 여보, 기록하지 않으면 생각이 정리.. 더보기
누구나 제 몫만큼의 그림자가 있는 법이지... 배 그림자가 제 몫만큼, 제 크기만큼 수면 위에 떠있네. 아니지... 배에 딱 달라 붙어있네. 어느 땐 고요하게, 어느 땐 비바람에 온몸을 심하게 흔들리면서 그러나 배그림자 배에서 절대 떨어지는 법은 없지... 배 그림자 지워버리고 싶다면 제 몸을 불사르고 물 속으로 사라지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지. 잘 알지... 제 몸을 불사르는 것 밖에 없다는 걸... 잘 알지... 산다는 건 제 몫만큼의 그림자를 제 몸에 딱 붙이고 견디는 것이라는 걸 잘 알지... 더보기
미운 오리 새끼-황동규 미운 오리 새끼 '우리는 깨침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가. 봄이 오면 풀과 나무는 절로 꽃 피우는데?' 불타의 말에 예수는 못 들은 척 산사(山寺)에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산이 꿈틀대더니 꽃의 파도가 되었다. 다시 보니 산이었다. 눈을 거두며 예수가 말했다. '사람의 속모습은 거의 비슷하지. 겉으론 봄꽃 진 다음 여름꽃 피고 꽃인지 낟알인지 모를 걸 머리에 달고 가을 억새는 좋아서 물결치지만.' '아예 하찮은 풀로 치부하고 살다가 어느 일순 환히 꽃 피우는 자는?' 불타의 말을 받아 예수가 속삭였다. '겁나겠지!' 더보기
인간의 빛-황동규 --- 모네 '수련' --- 인간의 빛 '인간의 외로움을 신의 빛으로 표현하려 한 인간들의 저력 놀랍네' 인상파 전람회에서 예수가 말하자 '인간이 보는 빛은 인간 저들의 빛이지.' 불타가 그림에 다가가며 말했다. '우주의 빛이겠지. 하긴 우주의 빛도 인간 안구(眼球)에 닿는 빛이겠지만.' 예수의 말을 들으며 불타는 모네의 빛이 인광(燐光)처럼 수련을 태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물감만 가지면 사람들은 세상을 빛으로 채울 수 있군. 예수는 마음을 뎁혔다. 우연히 잡은 책이 요즘 황동규의 꽃의 고요라는 시집입니다. 이 시집에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불타와 예수의 대화로 이어지는 시가 몇편 실려있습니다. 자꾸만 이 시집에 손이 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어가는 젊은 친구들 때문이겠지요. 오늘도 젊은 .. 더보기
십자가-황동규 십자가 '왜 그대의 건물 안에는 거의 예외 없이 십자가상이 있는가?' 교회 강단 위에 가시 면류관 쓰고 고개 떨군 상(像)을 보며 불타가 물었다. '열반상이 안에 들어와 있는 내 거처는 참 드문데.' '무교회주의자에게 물어보게나.' '원효에게나 물으란 말인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예수가 말했다. '열반보다 고통이 인간에게 더 바투 있지 않은가?' 불타가 정색을 하고 물었다. '고통이 곧 삶의 전제인가?' 무언가 기억해내려는 듯 한참 이마를 찌푸리다 예수가 말했다. '십자가 위에서도 고통은 끝내 자기 속내를 다 보여주질 않데.' '십자가 위에서 고통이 활활 탈 때 그냥 살아 내려 오셨다면?' 잠시 후 예수가 혼잣말처럼 대답했다. '그런 막장 없는 공(空)이 어디 있겠는가?' 더보기
그럼 어때!---황동규 그럼 어때! 나흘 몸살에 계속 어둑어둑해지는 몸, 괴괴하다. 비가 창을 한참 두드리다 만다. 한참 귀 기울이다 만다. 고요하다. 생시인가 사후(死後)인가, 태어나기 전의 열반(涅槃)인가? 앞으론 과거 같은 과거만 남으리라는 생각, 숨이 막힌다. 실핏줄이 캄캄해진다. 일순 내뱉는다. 그럼 어때! 비가 다시 창을 두드린다. 나뭇잎 하나가 날려와 창에 붙는다. 그걸 떼려고 빗소리 소란해진다. 빗줄기여,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이어온 몸살과 몸살의 삶, 사로잡힘, 숨막힘, 캄캄함, 그리고 불현듯 긴 숨 한 번 들이쉬고, 그럼 어때! 이게 바로 삶의 맛이 아니었던가? 한줄기 바람에 준비 안 된 잎 하나 날려가듯 삶의 끝 채 못 보고 날려가면 또 어때! 잎이 떨어지지 않는 것까지만 본다. 더보기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밤새 그칠 것 같지 않은 비가 내리던 남한강변에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비는 어느새 그쳐 있고 안개 자욱한 강변 위로 아침 빛이 들어왔습니다. 아침 빛에 쫓긴 안개는 꽁지가 빠지게 산 위로 오르고 남한강변의 아침이 뽀드득 뽀드득 깨끗한 유리처럼 뽀얗습니다.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은 비가 와도 보고 싶고, 해가 짱하게 나도 보고 싶고, 바람 불어도 보고 싶고, 눈이 와도 보고 싶은지... 안개가 걷히는 남한강변에서 그리운 이가 보고 싶은 아침이었습니다...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 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랏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볕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고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 더보기
푸른 하늘을 --- 김수영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거의 8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겐 이 노래가 기억이 날 것이다. 이젠 나이도 들고 세월도 어느 정도 흘러 감정이 무딜때로 무뎌진 나이가 되고 보니 참 세월 빠르단 생각이 든다. 마침 오늘이 그날이란다. 그래서 생각난 노래. 다시 들어보니 코 끝 찡했던 이 노래가 지금은 그렇게 찡하질 않는구나... 그래도 가슴 한켠이 뜨뜻해지는건 뭘까... 우리 딸이 어렸을 때 피아노를 치면서 양희은의 아침 이슬을 참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