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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는 세상

대화 2 - 리영희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란 책이 있다. 김현 선생님의 일기를 유고로 엮어 책을 낸 것인데 그 책에는 선생의 일상사에서부터 책을 읽고 난 후의 간단한 소감같은 것들이 들어있다. 갑자기 나는 리영희 선생의 대화를 읽으면서 계속해서 행복한 책읽기라는 생각을 했다. 행복한 책읽기... 정말 행복하게 읽었다. 아니 행복하게 리영희 선생님과 대화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두꺼운 한 권의 책을 가방에 넣고 내가 가는 곳마다 데리고 다녔다. 교회도 갔고, 등산도 갔고, 친구 집에도 갔고, 거래처에도 데리고 다녔다. 짬짬이 다른 책도 겸해서 읽으면서 두꺼운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아주 행복하게... '대화'에서 리영희 선생님의 깐깐한 지식인의 면모를 아주 진솔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인간이라면 더구나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더보기
연금환급해 준다는 사기...쇼를 해라~ 고려산에서 진달래에 흠뻑 빠져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선생님의 연금을 환급해줄테니 공단으로 직접 나오든지 통장으로 오늘 중으로 받으라는 거였다. 오늘 중으로 받지 않으면 국고에 환수된다는 내용이었다. 환급금 또한 적지 않은 57만 몇천원이라며.. 자세히도 일러준다. 나참 요즘처럼 어려운 이때에 57만원이란 돈에 갑자기 당황했다. 그래도... 이런 사기전화가 많은데 이거 사기 아니냐...를 몇번을 확인하고 환급하려면 그냥 통장으로 넣으면 되지 왜 인증번호를 확인해야 하느냐... 또한 환급해주려면 일찌기 통보해야지 왜 오늘 당장 받지 않으면 환수된다는 내용이냐를.. 따지고 물었다. 사기 아니냐는 질문에 그럼 국고에 환수될테니 알아서 해라로 답했으며 인증번호는 자동인출기에 찍어야 되기 .. 더보기
대화 1 --- 리영희 리영희선생이 얻은 경외심, 깊은 부끄러움 속에서 귀중한 깨우침을 얻은 세가지 이야기. 첫째는 진주기생과의 사건. 지리산 전투 와중에 진주 시내의 허름한 술집에서 회식이 있었다. 그때 리영희도 진주 기생과 같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 따로 나가자고 했는데 그 기생이 회식 중간에 사라졌다. 술김에 그 집을 찾아가서 큰 소리치면서 따지자 그 여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툇마루에 나와서 리영희를 내려다보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모습에 압도당해 허리에 찬 권총을 빼들고 마당에 한 발 쏘며 그 여자에게 내려오라고 소리질렀다. 리영희 생각에 제가 논개가 아닌 바에야 그까짓 기생이 버선발로 달려 내려와서 무릎 끓고 살려달라고 빌 줄 알았단다. 그러나.. "그렇게 사람을 총으로 겁을 줘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더보기
오규원 시인의 유고시 한적한 오후다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 오규원 병석에 누워계신 오규원 시인이 간병하고 있던 이 원 시인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쓰신 유고시이다. 사진은 오규원 시인의 나무가 된 전등사의 적송이다. 더보기
빛과 그림자 빛과 그림자 외딴 집이 자기 그림자를 길게 깔아놓고 있다 햇빛은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조심조심 떨어지고 있다 바람도 그림자를 밀고 가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그림자 한쪽 위로 굴러가던 낙엽들도 몸에 묻은 그림자를 제자리에 두고 간다 ---- 오 규 원(문학과 사회, 2007년 봄호, 오규원 유작시) 더보기
문학을 꿈꾸는 시절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이 책을 오규원 선생님께 바칩니다' 라는 글귀가 있다. 나에겐 시인 오규원이지만 제자들에게는 오규원 선생님, 즉 스승이다. 워낙 몸이 약한 분이라 한 해 한 해 오규원시인의 안부가 궁금했었는데 올해초 신문에서 그의 부고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나에겐 시인이었던 그의 부고가 울며 통곡할 정도의 슬픔은 아니지만 이제 어딘가에도 그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가슴 한구석을 한동한 아리게 했다. 내 경험에 의하며 글로 만난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되면 글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많은 모습들에서 실제로 실망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필자들을 만날 때는 미리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생각해보고 만나야 실망하는 일이 적다. 이건 순전히 내 경험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 글을 쓴.. 더보기
곰보빵 나는 좀 고약한데가 있다. 영화나 책을 히트칠 때 보지 않고 한참 지난 후에 보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누구나 다 보는 영화, 천만명이나 들었다는 영화나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은 그 때 보거나 읽지 않으면 대화에 끼기도 힘들고 개그 프로에 패러디 될 때도 웃지 못할 때가 있다. 이철환이란 작가도 연탄길이란 책으로 한참 매스컴에 오르내릴 때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간 읽어야지 하면서 기억해두었던 작가였다. 그런데 이 작가가 cbs 라디오 프로에 출현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일주일에 한번씩 고정게스트로 나오는 프로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의 고약한 취미 또하나...ㅎㅎ 이철환이란 작가의 목소리가 맘에 들었다.히히... 그의 목소리에 따뜻함과 소박함이 묻어나왔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곰보빵이.. 더보기
상처입은 치유자 먼저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온 이유. 그러니까 내가 선택해서 산 책이 아니라는 걸 밝힌다. 헨리 나우웬의 상처입은 치유자는 지난해 공부한 곳에서 개근했다며 상으로 준 책이다. 이 책 표지에 '이 시대의 사역자는 상처입은 치유자입니다. 우리 자신이 입은 상처로 인하여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글이 있다. 이 부분의 '사역'이라는 단어 때문에 한쪽에 밀쳐두었었다. 왜 '사역'이라는 단어에 그리 민감했을까... 일단 사역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니 라고 되어 있다. 사전적 의미는 그리 민감하게 밀쳐둘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무래도 나의 위치는 봉사자라는 것, 그러니 사역자의 몫은 내 몫이 아니라는 민감한 반응이 아니었을까... 작년에 내가 공부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