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가지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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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꾸만 말이 많아지고,
머리 속에서 복잡한 말들이 이리저리 튀어나오려고 하고,
자꾸만 어떤 사람이 미워지려고 하고,
혹시 그 미운 사람의 어떤 모습이 내 안에 있는 건 아닐까 고민하게 하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처럼
기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더욱 겸허한 자세로,
스스로 높이려는 자 낮아질 것이요,
스스로 낮아지는 자 높일 것이라는 말씀처럼,
더 낮아지고 낮아질 가을 들녁처럼 겸손해지고 싶습니다.